상암동 주민들 “행정농간 즉각 중단” 성명 발표
최종 매각가격은 감정평가 등 통해 계속 조율 전망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의 모습.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둘러싼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갈등이 8개월여 만에 일단락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교환 부지로 지목되고 있는 마포구 주민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권도 “주민과의 협의 없이는 어떤 내용도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향후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24일 상암동 입주민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서울시청 앞에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앞장서서 원칙을 무시하고, 마포구 상암동 주민을 또 다시 희생시키는 계획에 주민들은 강력하게 분개한다”면서 “행정농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서부면허시험장은 상암동 랜드마크 예정지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있는 서울 서북부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산업중심지를 위해 개발하기로 되어있는 곳”이라면서 “바로 인접에 초등학교 유치원이 자리하고 있어 일조권 침해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곳으로, 소위 3500가구 초고층 공공주택공급을 위해 쉽게 내어줄 수 있는 부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시가 자연녹지인 서부면허시험장은 3종 주거지역으로 지정해 가치를 의도적으로 올리고, 송현동 부지는 공원용지로 바꿔 의도적으로 가치를 낮췄다”고 주장했다.
당초 비대위 측은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불허됨에 따라 반대 성명 발표 이후 서명부를 서울시와 국민권익위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 잠정 합의된 매각 방식은 서울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를 통해 송현동 땅을 확보하는 ‘제3자 매입’이 유력하다. 시는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LH공사에 넘겨주고, LH공사는 송현동 부지 매입 대금을 대한항공에 지급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시가 LH공사를 통한 우회적인 매입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직접 대한항공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하는 것보다 자금조달 등 상당 기간 일정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부지 면적만 비교하면 송현동이 3만6642㎡, 서부면허시험장은 7만2571㎡에 달한다. 공시지가는 송현동 부지가 3300억원, 서부면허시험장은 2600억원 가량이다. 공인중개업계 등에서는 현재 시세를 각각 5000억원, 4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서부면허시험장은 현재 자연녹지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에서는 3종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등 충분한 여건을 조성한 뒤 감정평가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서부면허시험장 시세가 송현동 부지와 비슷해지거나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LH공사가 해당 부지를 매입할 경우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도 설 수 있고, 향후 개발 과정도 더 수월할 수 있다는 내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8월 ‘8·4 공급대책’ 발표를 통해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비롯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흑석유수지·서울의료원 부지 등을 개발해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지 교환 지역으로 지목된 마포구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당사자인 마포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 맞교환을 추진하는 상황에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부지 맞교환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아울러 “8·4 대책 발표 때도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는데 지금까지 관련 기관에서 어떤 연락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토교통부, 서울시, 마포구,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면허시험장 활용 방안을 고민하자”고 역제안했다.
김기덕 서울시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마포4)도 같은 날 “서부면허시험장은 남북관문 4차 산업 거점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시가 지난 2019년 8월 25일 신전략거점으로 선정했고, 3억7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4월을 목표로 용역이 실시되고 있다”면서 “당초 계획을 추진해왔던 원안대로 지역발전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권익위는 “권태성 부위원장 주재로 오는 26일 송현동 부지 현장에서 서울시, 대한항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하는 현장조정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조정은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번 현장조정회의에서 서울시와 대한항공, LH공사는 권익위 조정 절차를 통해 마련된 합의안에 서명할 계획이다. 최종 매각 가격은 시와 대한항공 측이 아직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감정평가 등을 거쳐 접점을 찾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매각 가능금액을 최소 50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서울시는 보상금액을 4670억원으로 산정하며 이견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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