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 중산층 소득 한 푼도 안 쓰고 12.2년 필요, 경기도 8.6년
소득 줄고 아파트값 오른 영향…“전세난 빠른 해소가 관건”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올해 3분기는 중산층이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 하기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가을 전세난 심화로 인한 매매가격 상승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30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B서울아파트 담보대출 PIR(price to income ratio)은 12.2로 나타났다.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올해 1분기(11.7)를 경신한 것으로, 지난 2008년 1분기 해당 통계가 처음 작성된 이래로 가장 높았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의 연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이번 3분기에 서울 거주하는 중산층이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가족 전체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2.2년이 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KB아파트 담보대출 PIR은 해당 시점에 KB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의 주택과 소득 중위가격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실질PIR’로도 불린다,
올해 3분기 아파트담보대출 실행이 이뤄진 서울 아파트 중윗값은 6억6000만원, 대출자의 연소득 중윗값은 5397만원이었다. 지난 2분기 대비 아파트 중윗값(6억2000만원)은 오르고, 가계 소득(5443만원)은 줄어들면서 PIR수치가 높아진 것이다.
다른 수도권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3분기 경기도와 인천의 아파트 담보대출 PIR는 각각 8.6과 7.6으로 전분기 대비 모두 상승했다. 경기도의 경우 서울과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수도권 PIR 지수가 이처럼 빠르게 상승한 것은 가구 소득 증가폭보다 주택 가격 상승이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반면 저금리와 정부의 정책 부작용 등의 여파로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부동산과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도권과 일부 지역의 PIR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 조사’ 자료를 보면 11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0월 대비 1.43% 상승했다. 2003년 5월 1.63% 상승한 이래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이달 들어 전국이 일제히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7월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11월에는 115로 10월(109)보다 상승하며 반등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4000여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가격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0~200 기준) 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가격이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1·19 전세대책에서 정부가 단기에 전세형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나 오피스텔 공급으로 예상되면서 실망감과 매물 품귀에 지친 세입자들의 매수전환이 지속되는 분위기”라면서 “서울 접근성이 좋고 집값이 저렴한 경기 일부 지역 등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에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데 전세난이 빠르게 해소되지 않고 매수전환이 이어질 경우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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