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선 과반수가 “9억 초과 주택에 0.9% 요율 과하다”
권익위, 중개보수 산정 체계 손보겠다… 4가지 방안 제시
지난달 권익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이 중개보수 비용을 올린 ‘주범’으로 지목됐다. 사진은 송파구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 모습.[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올 한해 ‘내 집 마련’이 뜨거운 이슈였던 만큼 주택 구매 과정에 수반되는 중개수수료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가면서 웬만한 집 한 채를 거래하면 공인중개사가 받는 돈이 1000만원을 넘어가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중개 매물의 값이 올라가도 중개사가 하는 일은 대동소이하다’는 등의 불만이 파다하다. 반면 중개사 업계에선 ‘직거래 하기 불안하니 중개사를 이용해놓고 돈은 내기 싫다고하면 안 된다’고 맞선다.
또 매매시장에선 인기 주거지의 경우 매도자 우위, 임대인 우위 현상이 강해지면서 매수자와 임차인 일방에게만 중개료를 부담하게 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가하면 급매로 내놓는 집은 매도자가 중개수수료를 안 주겠다고 밝혀도 다수의 중개사가 달려드는 현상이 함께 나타난다.
▶“집값도 비싼데 복비까지 부담” 불만여론 최고조=공인중개사와 소비자 사이에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권익위는 지난달 부동산 전문가들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를 모아 ‘주택의 중개보수 산정체계 개선’ 정책제안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크게 4가지 개선안을 제안했다.
첫번째 안은 9억원 이상 주택에서 급격한 상승을 막자는 게 핵심이다. 9억원 초과 거래구간의 세분화와 6억원 이하 임대차계약에 한해 취약계층 임차인 쪽 중개료를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서울시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는 매물 가격대를 세 단계로 나누고 구간별 상한요율을 달리 정한다. 매매의 경우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 매물에 대한 중개보수는 최대 0.4%까지,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은 최대 0.5%, 9억원 이상부터는 0.9%가 적용된다. 8억9000만원 아파트 매매 중개료는 최대 445만원인데, 9억원이 되는 순간 최대 810만원으로 큰 폭으로 뛴다.
개선안은 ‘이상’을 ‘초과’로 바꾸고 ▷3억원 이하(0.4%) ▷3억원 초과~6억원 이하(0.5%) ▷6억원 초과~9억원 이하(0.6%)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0.7%) ▷12억원 초과~18억원 이하(0.4%) ▷18억원 초과~24억원 이하(0.3%) ▷24억원 초과~30억원 이하(0.2%) ▷30억원 초과(0.1%) 8가지로 세분화했다. 기존 방안보다 가격과 비례해 중개료가 완만하게 증가한다.
거래금액의 구간표준 보수요율을 곱한 후에는 ‘누진차액’을 공제하거나 가산한다. 해당 주택 가격이 10억원이라면 구간요율인 0.7%를 곱하고, 곧바로 누진차액 180만원만 빼주면 된다. 12억원 이하까지는 누진차액을 빼주고, 12억원 초과부터는 누진차액을 더해준다.
권익위 토론회 문건 갈무리.[출처: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
권익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누진방법은 구간에 따른 세율 차이로 계산이 까다로운데, 이 방법은 누진차액을 그냥 빼거나 더해주면 돼서 쉽게 활용할 수 있다”며 “결과값은 똑같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첫번째 안의 또다른 주요 내용은 임차인 비용 감면이다. 임대차계약에선 6억원 이하 주택 임대차 중개거래시, 주거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임차인(저소득층·청년·신혼부부 등)에 한해 중개보수를 면제 또는 감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세입자 대신 지자체가 중개료를 보전해주는 식이다. 면제 대상이 되려면 중위소득 50% 이하 또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기준 50% 이하에 주택규모 50㎡(전용) 이하를 충족시켜야 한다.
2안은 1안에서 약간 변형됐다. ▷3억원 이하(0.4%) ▷3억원 초과~6억원 이하(0.5%) ▷6억원 초과~9억원 이하(0.6%)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0.7%)까지는 1안과 마찬가지로 계산하되, 12억원 초과부터는 구간을 나누지 않는다. 12억원 초과분에는 0.5%에서 0.9% 사이에서 요율을 협의해 곱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5억원짜리 주택 매매계약시 중개료 계산은 660만원(12억원X0.7%-180만원)+3억원(15억원-12억원)X(0.5%~0.9%중 택)가 된다.
2안에서도 마찬가지로 6억원 이하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주거취약계층에 대해 중개료 면제·감경안이 포함됐다.
3안은 ‘단일 요율제’ 또는 ‘단일 정액제’로 바꾸는 방식이다. 단일 요율제를 택한다면, 매매는 0.5% 이하에서, 임대차는 0.4% 이하에서 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단일 정액제 적용시에는 관계부처 및 특별 광역시도와 공인중개사협회간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방식을 택하면 중개의뢰인과 중개사간의 가격 협상 신경전이 사라지고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고가주택으로 갈수록 중개료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된다. 30억원 주택 매매계약에 0.5%를 적용하면 1500만원이고, 이를 매도자와 매수인 양쪽으로부터 수취하면 주택 한 채 거래에 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가면서 웬만한 집 한 채를 거래하면 공인중개사가 받는 돈이 1000만원을 넘어가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사진=헤럴드경제DB] |
4안은 중개사의 자율적 권한을 크게 증가시키는 방안이다. 다만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함께 질 수 있도록 담보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현재 1~2억원에 머무는 공인중개사 손해배상 책임한도를 상향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안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중개거래시장에서 매도자 우위 또는 매수자 우위 여부를 판단하고 중개보수를 어느 일방에게만 요구하거나 쌍방에게 차등 요구할 수 있다.
임대차계약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악의 전세난이 벌어지면서 가위바위보로 세입자를 정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 경우 중개사가 임대인에게선 중개료를 받지 않고 경쟁이 붙은 임차인에게서만 중개료를 받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권익위는 공인중개사협회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로부터 이 4가지 안 중에서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물어 이달 내로 공식 의견서를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개정 작업을 거쳐 국토부와 각 지자체에 권고안을 전달하는 수순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53% “현행 중개보수 부담 과하다”=권익위가 지난달 2일부터 13일까지 홈페이지 국민생각함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최근 공개됐다.
설문참여자의 53%가 현행 중개료 부담이 과하다고 답했다. 설문에는 총 2478명이 참여했는데 이중 공인중개사가 49.8%, 일반 국민이 50.2%였다.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이 중개보수 비용을 올린 ‘주범’으로 지목됐다. ‘중개보수 비용이 과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서 57.9%가 ‘주택가격 상승’을 꼽았다. 나머지 20.5%는 ‘부동산 규제’, 14.4%는 ‘중개보수 상한요율’, 7.3%는 ‘중개서비스 수준’을 각각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행 9억원 초과 주택 매매시 적용되는 상한요율 0.9%은 과하다는 의견이 76.5%로 과반수를 훌쩍 넘겼다. 0.5% 이상~0.7% 미만 사이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0.3% 이상~0.5% 미만이 적당하다고 답한 사람이 22.4%, 0.5% 이상~0.7% 미만이 돼야한다고 답한 이는 28.4%, 0.7% 이상~0.9% 미만이 25.7%, 0.9% 이상이 23.5%였다.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아파트에서도 0.5% 이상~0.7% 미만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43.20%로 나왔다. 이 외에 ▷0.3% 이상~0.5% 미만 27.40% ▷0.7%이상~0.9%미만 19.70% ▷0.9% 이상에 9.70%가 투표했다.
한편 이 설문 응답자들의 연령은 20대 2.70%, 30대 9.70%, 40대 24.80%, 50대 43.50%, 60대 19.30%로 구성됐다. 주거형태는 자가 67.10%, 전세 19.30%, 보증부 월세 9.10%, 월세 3.30%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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