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 사무실 앞의 모습. 전월세 매물은 한 건도 없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지난 7월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5개월 가까이 흘렀지만 전월세 시장에 부는 칼바람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매서워지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의 전월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경기도 분당과 일산 등에서도 기존 시세를 훨씬 뛰어넘은 ‘이상 거래’ 또한 적지 않게 관측되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면적 161.47㎡가 보증금 5억원, 월 720만원에 계약했다. 비슷한 시기 서초구 방배동 방배다움 샤인힐 전용 208.85㎡도 보증금 3000만원, 월 730만원에 신고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신규 전세 계약은 사실상 임대인과 임차인이 4년 계약과 전월세 상한제까지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여전히 과도기적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시세와 상관없는 임대차 계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낮아지는 모습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11월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은 9260건으로 이 가운데 전세(5735건) 비중은 61.9%를 차지했다.
이는 10월에 기록했던 전세 비중(72.2%) 보다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기록이다. 종전 최저치는 지난 4월에 기록한 67.6%였다. 2011년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래 아파트 전세 거래 비중이 낮았던 시기는 역시 전세난이 심각했던 지난 2016년 1월 59.2%였다. 반면 순수 월세를 포함한 준전세·준월세의 계약 비중은 10월 26.9%에서 지난달 38.1%로 급등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전세 세입자는 기존 주택에 더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고, 집주인들도 부동산 세제 강화·대출 규제 등으로 자가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내년 초 주택시장의 성수기로 꼽히는 ‘신학기 이사철’이 본격화할 경우 전월세 시장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 새 학기를 앞둔 2월과 3월은 1년 중 가장 이사가 많은 시기로 꼽힌다.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 거래량이 1월에 부진했더라도 2월부터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세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공급하는 공공전세주택 등이 전월세 수요를 흡수하는데 한계를 보일 경우 (내년에도) 전셋값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어, 일단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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