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올 한해는 정부 당국자와 여당 의원들이 부동산 관련 설화(舌禍)에 당사자는 물론 듣는 일반 국민들까지 냉가슴 앓이를 해야만 했다.
급등한 아파트 가격과 그보다 더 뛴 전세·월세 가격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총체적 난국’이 만든 멍자국에 모두들 힘들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연합] |
부동산 설화는 주무부처 수장인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주도했다. 올해 말로 임기는 끝나지만, 그가 남긴 수 많은 설화는 ‘최장수 장관’이라는 명예보다 더 오래 사람들 가슴과 역사적 기록에 남을 전망이다.
지난 11월 국회에서는 김 장관의 ‘5억원’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서 5억원 이하 아파트 구매시 가능한 디딤돌 대출 한도를 올려야한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5억원짜리 아파트가)있다. 수도권에도 있고”라며 “저희 집(일산)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김 장관이 거주하는 일산 아파트 단지 주민연합회는 “장관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매우 경솔한 언행”이라며 규탄 성명을 내고 분노했다.
같은 달 말에는 ‘빵’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공급 대책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했다 ‘빵 장관’, ‘마리 빵투아네트’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8월 ‘30대 영끌’ 발언은 시장과 따로 노는 김 장관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주목받은 계기가 됐다. 이전에도 “팔아라”라는 발언과 달리 집값이 매년 급등하며 ‘인간 지표’로 찍혔던 김 장관은 8월 국회에서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 됐는데 이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라며 “안타까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말 다시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또 다시 ‘오답’이 되고 말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전반적인 주거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미래주거추진단의 단장인 진선미 의원도 부동산 설화를 피하지는 못했다. 진 의원은 서울의 한 임대주택을 둘러본 뒤 기자들에게 “아파트라는 것에 환상을 버리면 다양한 주거형태가 가능하고 임대 형태에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환상’으로 치부한 것이다. 특히 본인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서울 강동구 신축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야당은 “잘못된 정책에 대해 쿨하게 인정하면 될 것을 억지궤변으로 꿰어 맞추려하다 보니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황당 발언들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연합] |
역시 민주당의 진성준 의원은 방송토론 후 꺼지지 않은 마이크 덕에 다음 날 신문지면과 방송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진 의원은 7월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한 방송에 나와 토론을 펼쳤다. 그리고 직후 마이크가 여전히 켜져 있음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해도 막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이게…"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방송 발언과 대치되는 말을 막후에서 쏟아낸 것이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월세 세상’을 외치다 호된 비판에 해명하기 바빴다. 윤 의원은 지난 8월 자신의 SNS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제목부터 과감하게 도발한 셈이다.
윤 의원은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월세 3법이 전세가격을 상승시키고, 물량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야권의 지적에 대해 반박하는 글이였지만, 다음날 바로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다,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기에 이를 경계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해야만 했다.
전세를 통해 목돈을 마련하고 내 집을 사는 우리나라 개인 자산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알지 못한 여당 의원의 발언으로 하루종일 비판받은 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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