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주간 상승률 전주比 2배 올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도 안 먹혀
한강 이남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오름세
[헤럴드경제=양영경·김은희 기자] 한동안 진정 양상을 보이던 강남3구의 아파트값이 다시 뛰어오르면서 서울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강남에서 서울 전 지역, 수도권, 지방으로 퍼져 나갔던 매수세의 강남 ‘회귀’가 본격화한 모습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4% 올라 전주(0.03%)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들. [연합뉴스] |
전세난이 매매시장을 자극하고 일부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 전국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0.29%)이 2주 연속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나타난 일이다.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송파구는 지난주 0.04%에서 이번 주 0.08%로 상승폭이 2배로 커졌다. 서초구(0.03%→0.06%)와 강남구(0.05%→0.05%)도 서울 평균치를 넘어섰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은 8월 둘째 주부터 -0.01~0.01% 사이에서 상승·하락을 반복하다가 11월 넷째 주부터 오름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전세난에 따라 중저가 단지의 강세가 이어지고 지방(0.38%)에서도 역대급 상승률이 나온 가운데 이젠 ‘강남이 저렴해 보인다’는 인식, 재건축 진척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과 타지역 아파트값 격차가 줄어들면서 수요자 입장에선 강남 아파트를 사지 않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매수세는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선 거래가 늘고 신고가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실거주 수요가 아니면 매수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다.
이들 지역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6건으로 전달(33건)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119㎡(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28일 최고가인 29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6월 거래건보다 3억원 뛴 가격이다.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5㎡는 39억원, 삼성동 아이파크 156㎡는 44억9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다시 썼다.
강남권은 당초 수요가 많은 지역인데,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실거주 가능’ 매물은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규제 자체가 매물의 희소성만 부각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비켜간 옆 동네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전세난으로 줄어든 매맷값·전셋값 차이가 갭투자 수요도 자극하는 실정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선 재건축 단지의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으며 매수세가 붙고 집값도 뛰었다.
지난주부턴 강남 아파트를 사겠단 사람이 팔겠단 사람보다 많아졌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한강 이남 11개 구의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110.6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0~200 범위로 나타내는데, 100을 넘을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것을 의마한다. 8월 마지막 주 이후 줄곧 100 아래에서 머물다가, 이달 7일 104.6으로 올라섰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전국의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부산 9곳, 대구 7곳, 광주 5곳, 울산 2곳, 파주·천안·전주·창원·포항 등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국 집값이 다 오른 데다 규제까지 동일하게 생겨버리니 ‘이럴 바엔 빨리 강남으로 들어가자’는 분위기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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