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올랐는데…” 사후약방문 지적
서울로 수요 회귀하는 ‘역풍선효과’ 우려도
정부가 지난 17일 부산 9곳, 대구 7곳, 광주 5곳, 울산 2곳, 파주·천안·전주·창원·포항 등 총 37곳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지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전국 37곳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일부에 국한됐던 규제가 지방 소도시까지 확대된 것이다.
집값 상승세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지방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번지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데다 규제지역으로 묶여도 집값이 상승하는 기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번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잇따른 추가 규제로 수요가 다시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로 돌아오는 ‘역풍선효과’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집값 상승세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규제지역으로 추가된 지역은 경기 파주를 포함해 부산 9곳, 대구 7곳, 광주 5곳, 울산 2곳, 파주·천안·전주·창원·포항 등 총 37곳이다.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인근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를 막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 상승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포항의 경우 올해 초까지도 침체기를 이어가다가 하반기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정부는 과거 집값이 오르더라도 1~2년 지켜봤는데 이번엔 6개월 만에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며 비교적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부산, 대구 등 지방 주요지역 인근으로 확대되는 풍선효과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연합] |
그러나 이미 전방위적으로 퍼진 집값 상승 추세를 꺾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후약방문이라는 얘기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규제카드를 남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전국이 규제지역이 된 셈”이라며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어 이번 규제로도 잡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수요가 회귀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방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미래가치 등을 감안할 때 서울 아파트값이 비교적 저렴하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다시 서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시장에 유동성이 많고 주택 마련에 대한 욕구가 팽창돼 있는 상황”이라며 “보통은 규제를 하면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데 지금처럼 사실상 전국이 규제지역으로 묶일 경우 수요가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자금을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지역 내 집값 양극화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서 교수는 “어차피 다 규제를 받으니까 지역 내 똘똘한 한 채가 구별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규제지역 내 선택과 집중으로 어디는 오르고 어디는 떨어지는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규제 확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은 “오히려 투기세력은 치고 빠진 상황이다. 집 없는 일반 서민이 높은 가격에 집을 사야 하는 고통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으며 “사후 조치가 아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