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김은희 기자]‘고양→김포→파주’로 이어진 정부의 규제(조정대상지역) 릴레이의 종착점을 놓고 시장의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다 묶인 마당에 수요가 본진인 서울로 향할 것으로 보는 시각과, 아직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양이 다시 한 번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린다.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 모습. [연합]

정부는 지난 18일자로 경기도 파주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종부세와 양도세 등 세금은 늘어나고, 은행 대출은 어려워진다. 1가구 실수요자 조차 집을 사고 파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 선정도 집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인근 비 지정 구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만 가져오곤 했다. 실제 김포가 지정되자 파주의 아파트 거래량은 11월에만 25% 늘었다. 전용 84㎡ 아파트가 9억원에 거래될 정도였다.

파주의 급등은 다시 고양시에 영향을 미쳤다. 파주와 김포에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던 지난 10월 고양시 일산서구 주택 거래 건수는 519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1%가량 늘었다. 지난주에만 0.78%를 찍었던 고양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이번 주 0.88%로 폭을 키웠다.

규제 대상이 된 고양을 피해 김포와 파주로 시선을 돌렸던 실수요자들이 연이은 규제 풍선을 피해 다시 고양으로 돌아와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 그 자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풍선효과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규제 지역이 늘어날 수록 수요와 자금은 다시 회귀해 서울같은 ‘핫한 지역’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교외 수도권에 대한 ‘따라가기 식’ 규제 릴레이가 종국에는 서울 본진에 다시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서울이 상당히 오른 상태에서 잠잠하다 다시 주변 비 규제지역 가격이 오르면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주택 값이 저렴해보이는 지역이 나타나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양과 김포, 파주 등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위성도시의 주택값 상승이 ‘서울 외곽→도심 및 강남’ 순으로 연쇄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일차적으로 규제지역은 거래가 부진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만 비 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 나타날 것이고. 결국에는 지역 내 똘똘한 한 채가 구별되기 시작하면서 규제지역 내 선택과 집중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양→김포→파주’ 순으로 이뤄진 집값 눈높이 맞추기는 규제로 주춤해질 수 있지만, 다시 각 지역 내 ‘좋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며 집값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최근 강남 3구에서 동작·강동·용산을 거쳐 서울 전지역을 휩쓸고 간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다시 강남 3구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한편 네이버 및 각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규제지역 확대 발표 직후 일산 부동산 시장을 놓고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포와 파주로 향했던 매수세가 다시 일산 원당 등 구도심 지역, 또는 창릉 신도시 등 신축 지역을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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