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정부가 자의적인 부동산 평가 가치 조정을 통해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발의됐다. 부동산 관련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와 연금 등 60여종의 세금과 준조세, 부담금과 연계된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근거와 폭을 법으로 제한해 정부 자의적인 증세를 막겠다는 것이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표준지공시지가 및 공동주택가격 공시지가의 상승률을 제한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윤희숙 의원 등 같은 당 의원 10명과 함께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시지가 상승률을 전년도 대비 1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 최근 5년간 직전연도 대비 상승률의 합산값도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법률에 정했다.
이는 현 정부의 급격한 부동산 관련 세금 증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90%가 될 때까지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올리기로 한 방침에 따라,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5.99%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22.73%)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관 상당수 지역에서는 10%가 훌쩍 넘는 공시지가 상승이 있었다. 서울 전체적으로는 14.75%가 오른 가운데 대전(14.06%) 및 서울시 강남구(25.57%), 서초구(22.57%), 양천구(18.36%), 송파구(18.45%) 등에서 두 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14.01%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급격한 상승률을 기록해 소득이 없는 고령자나 은퇴자들뿐만 아니라 1가구 1주택자 등 대다수 국민들에게도 이른바 ‘세금폭탄’식 징벌적 증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이번 법안은 미국의 제도를 참조했다. 박 의원은 미국의 부동산 공시가격은 지방정부의 평가관(assessor)이 부동산에 대하여 과세를 평가, 추정해 ‘감정가치(Assessed Value)’를 공시하고 있다. 뉴욕시의 경우는 부동산의 감정가치(Assessed Value)를 결정할 때 신축 또는 수리에 의한 증가를 제외하고, 1년에 6% 이상 또는 5년에 걸쳐 20% 이상 상승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공시가격은 국민들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등 60여종의 세금·준조세·부담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고 있어 특히 민감하다.
박 의원은 “정부가 증세를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국민들에게 단기간에 급격한 부담을 주는 공시가격 인상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시가격 인상을 통한 정부의 꼼수 증세에 제한을 두고, 국민들의 급격한 세부담을 완화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일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1.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40.7%였다.
특히 수도권에서 비토 의견은 더욱 거셌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해 수도권에서는 동의한다는 의견이 39.8%인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전체 평균보다 높은 52.6%로 나타났다. 조사는 10월 30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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