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운용 제도 전반적인 변화 예고
부동산 정책심의 ‘주정심’ 정부 입김서 자유롭지 못해
취지와 달리 형식적인 심의만…회의 관련 정보도 비공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현재의 규제지역 지정 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규제지역 운용 제도의 전반적인 변화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집값이 상승하면 뒤늦게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정부의 ‘뒷북 규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현재의 규제지역 지정 방식이 신속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운용 제도의 전반적인 변화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규제지역 의사결정기구인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의 ‘깜깜이’식 운영 논란도 커지고 있어, 주정심 운영 방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변 후보자는 지난 21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지역 간 부동산 시장의 차별화 경향이 강화됨에 따라 지역별 맞춤형 대응 필요성이 높아져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수요를 관리했다”면서 “다만 현행 규제지역 지정방식은 신속한 지정에는 한계가 있어 초기에 투기수요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요건 및 절차 [국토교통부 제공] |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은 직전 3개월의 집값 상승률 등을 측정하고 지정 여부를 정하기에 투기세력이 들어와 집값을 올려놓고 나간 이후 지정돼 애꿎은 현지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 투기 수요가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파주와 천안 등 전국 37곳을 무더기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확산할 조짐이다.
이에 따라 규제지역의 실수요자는 집값은 올랐는데 대출액은 줄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비규제 지역은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해 추가 자금이 필요해진다.
변 후보자가 지정방식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을 한 만큼, 현행 규제지역제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정부가 규제지역 지정을 검토할 때 최근 3개월 집값 상승률 등 정량적인 지표를 중요하게 본다.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해당 시·도 물가상승률의 1.3배가 넘는 곳을 우선 가려내고, 그중에서도 청약경쟁률이나 분양권 전매거래량, 주택보급률 등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곳을 지정 대상으로 삼는다.
이와 함께 정성적 평가도 함께 진행한다. 정성적 평가를 통해 집값 상승이 개발사업 진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투기 세력의 개입 때문인지 등을 가려내고 향후 집값 불안 확산 가능성을 검토한다.
규제지역 지정은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간 협의와 해당 지자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주정심를 열어 정량·정성적 분석 내용에 대해 논의한 뒤 결의를 거쳐 최종 지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통해 집값 상승률 등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관계부처 협의와 주정심을 거쳐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주요 부동산정책을 심의하는 주정심이 본래 취지와 달리 형식적인 심의만 하는 등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지적이다.
주정심은 지난 2015년 출범 이후 최근까지 30여차례 열렸지만 모든 안건을 가결 처리했다. 부동산 대책이 올바르게 만들어졌는지 판단하고, 무리한 대책일 경우 제동을 거는 주정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는 조정대상지역을 선정하면서 주정심 회의록을 비롯해 정책에 대한 찬반 등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주정심은 국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총 25명 이내의 위원으로 만들어지는데, 이중 과반수가 정부 인사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주정심은 현재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형식상 절차에 그친다”며 “제도 자체를 개선해 주정심의 본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최근 주정심 회의록 공개와 전문성을 가진 위원을 과반수 이상 구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정 의원은 “주정심에서 심의하는 사항이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개정안을 통해 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이 정동영 민생당·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각각 추진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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