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감 없어…학습효과”
경기 고양 덕양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발표한 규제대책이 시장에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한 곳을 규제하면 풍선효과로 인근 비규제지역이 들썩였고 시차를 두고 규제지역까지 가격이 솟았다. 그야말로 ‘규제의 역설’이다.
3일 KB부동산 리브온 등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규제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6·1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격화됐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값이 지난해 1~5월 2.9% 올랐으나 7~11월 상승률은 8.2%에 달했다. 상승폭이 2.8배가량 커진 셈이다.
경기 주요지역의 6·17대책 전후 아파트값 변동률 추이 [자료=KB부동산 리브온] |
경기지역 아파트값 상승곡선도 가팔라졌다. 지난해 1~5월 6.8%에서 7~11월 8.3%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서울과 근접한 지역의 상승폭 확대가 두드러졌다. 광명시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5월 4.3%에 불과했으나 7~11월 12.9%까지 치솟았다.
고양시도 2.3%에서 9.9%로 상승률이 큰 폭으로 뛰었고 광주시와 남양주시도 각각 4.3%에서 10.2%, 6.3%에서 11.7%로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 밖에 ▷하남시(6.5%→11.0%) ▷용인시(9.1%→11.2%) ▷구리시(10.7%→12.5%) 등도 상승폭이 늘었다.
6·17 대책 당시 규제를 피해간 김포시와 파주시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직후 요동쳤다. 김포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1~5월 1.6% 오르는 데 그쳤으나 7~11월엔 24.8% 폭등했다. 파주시도 같은 기간 2.4%에서 10.2%로 상승률이 대폭 뛰었다.
그러나 이천시, 포천시, 양평군 등 그 외 지역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상 경기도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이미 규제를 받고 있던 서울과 경기 광명·고양·광주·남양주 등 서울 접경지역 아파트값이 오히려 요동친 것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규제지역으로 묶인 김포와 파주에서도 집값이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부동산 규제가 동일해지면서 분산됐던 주택수요가 다시 주요 도시로 몰리고 있다”며 “규제지역 확대가 오히려 기존 규제지역의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잇단 수요 억제식 정책의 학습효과로 규제 강화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이 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는 정부의 규제를 오히려 상승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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