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은 아파트 중심, 9년만에 최고치 상승
“유동성 풍부, 올해도 상승 가능성” 전망 이어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해 전국 집값이 9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방에서 모두 집값 상승폭이 커지면서 12월 상승률이 한 해 중 가장 높았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아파트·연립·단독주택 통합)은 5.36% 상승했다. 지난 2011년(6.14%)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서울 반포대교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헤럴드경제DB] |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값이 7.57%, 연립이 1.16%, 단독이 2.50% 올랐다. 단독을 제외하고는 역시 9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12월 전국 주택가격은 0.90% 올라 전달(0.5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 해 중 12월에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7월 0.61%로 정점을 찍은 뒤 8~10월 0.47%, 0.42%, 0.32%로 3개월 연속 상승폭을 줄였다. 하지만 이후 11월 0.54%, 12월 0.90% 올라 연말까지 고공행진했다.
특히 지방이 11월 0.58%에서 12월 1.12%로 오름폭을 약 2배까지 확대하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울산(2.54%), 부산(2.12%), 대구(1.59%), 대전(1.41%), 광주(1.08%) 등 5대 광역시의 강세가 뚜렷했다.
전세난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지친 임대차 수요가 주택 구매로 돌아서며 집값을 떠받치는 데다, 저금리로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과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8일 전국 37곳을 규제지역으로 추가한 바 있다.
서울(0.17→0.26%)과 경기(0.74→0.99%), 인천(0.42→0.48%)에서도 일제히 집값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에선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초구(0.40%)와 중저가단지가 몰린 노원구(0.42%)의 쌍끌이가 두드러졌다. 부동산원은 서울 집값 상승의 배경으로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입주물량 감소, 지방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저평가 인식 등을 꼽았다.
새 임대차법 시행 등에 따른 전세난 확산으로 임대차 시장도 출렁였다. 지난해 전국 주택 전셋값은 4.6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률은 지난 2015년(4.85%) 이후 가장 높다.
전국 전셋값은 상반기까지 0.11~0.28% 상승률을 보이다가 새 임대차법 도입이 가시화한 7월 0.32%, 법이 시행된 8월 0.44%로 상승폭이 각각 커졌다. 9~11월 각각 0.53%, 0.47%, 0.66%에 이어 12월 0.97%를 찍으며 지난해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아파트 전셋값이 7.32% 올라 9년 만에 가장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은 0.88%, 단독은 0.22% 올랐다.
전국 주택 월세가격은 지난해 1.09% 올라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12월 변동률이 0.32%로 가장 높았고, 역시 연말로 갈수록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이었다. 주택 유형별로 아파트가 1.78%, 연립이 0.11% 각각 올랐고, 단독은 0.05% 하락했다.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해 민간 연구·금융기관에선 올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대체로 풍부한 유동성 자금과 입주물량 감소, 전세난 등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부족 이슈도 여전해 올해 상반기에도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월세가격 역시 입주물량 부족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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