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전세수요→매매수요 전환
지난 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아파트.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전국 아파트값 양극화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만 저가 아파트와 고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7일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3.3㎡당 아파트값 5분위배율은 지난 2016년 6월 3.24에서 2020년 12월 6.36으로 급등했다. 수도권도 같은 기간 2.9에서 5.25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5분위배율은 아파트를 단위면적당 비싼 순으로 세웠을 때 상위 20%의 평균가격을 하위 20%의 평균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가격 차가 크다는 의미다.
3.3㎡당 아파트값 5분위배율 추이. [자료=KB부동산 리브온] |
그러나 서울의 상황은 달랐다. 서울의 3.3㎡당 아파트값 5분위배율은 2016년 6월 2.71에서 2018년 6월 3.28로 상승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더니 2019년 말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0년 12월에는 2.87을 기록했다. 201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저가 아파트 가격이 고가 아파트보다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하위 20%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2019년 1월 1811만원에서 2020년 12월 2449만원으로 2년간 35% 상승했다. 상위 20% 아파트값이 같은 기간 3.3㎡당 5608만원에서 7034만원으로 25% 오른 것에 비해 상승폭이 크다.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자가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도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지금이 집을 마련할 마지막 기회’라는 불안심리도 중저가 아파트값을 부채질하는 주요 요인이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1 주택·부동산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시장동향에 대해 ‘수도권 내 격차는 그간 서울의 폭발적인 가격상승세에 힙입어 늘어났으나 서울 내 구간 격차는 소폭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이 오르면 송파가 오르고 동작·마포가 따라오고 결국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까지 줄줄이 집값이 오르고 있다. 결국 키 맞추기 과정”이라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지지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연구기관이 일제히 올해 집값 상승을 전망한 데다 입주물량 부족,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등으로 전세난은 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올해도 중저가 아파트 시장으로 매매전환수요가 적극 유입될 것”이라며 “수도권, 지방에서도 저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 궁극적으로 격차가 좁혀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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