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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격리자에 집 빌려주려는데 집주인이 반대”…코로나 속 新갈등?[부동산360]
임차인 “자가격리자 들일 것”…집주인 “안돼”
서울시 “전대차·영업행위 아니라면 가능”
코로나19 속 ‘집 보여주는 문제’ 갈등 계속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해외에서 입국하는 지인(자가격리대상)에게 2주간 제 원룸을 빌려주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반대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서울시에 이런 내용으로 집주인(임대인)과 갈등을 겪고 있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세입자(임차인)의 민원이 접수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입자와 집주인의 ‘변종 갈등’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 [연합뉴스]
자가격리자에게 집 빌려주면 안 되나?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세입자 A씨는 해외에서 입국하는 지인이 자가격리할 수 있도록 2주간 자신의 원룸을 빌려주려고 했다.

A씨는 집주인에게 임대계약 만료 1개월 전 “이사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로, 남은 임대 기간에 지인에게 충분히 집을 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현 세입자가 자가격리대상을 집에 데려다 놓으면, 이 기간 다른 사람에게 집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A씨에게 전했다. 원칙적으로 집주인은 임대기간 만료일에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다음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A씨의 지인이 자가격리 중 확진될 경우 방역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집주인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부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다가구 주택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 “가족도 오고간다…전대차나 영업행위 아니면 가능”

임대계약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원룸을 2주간 지인에게 자가격리 공간으로 내주려는 세입자, 그러면 새로운 세입자에게 매물을 보여줄 수 없다며 다짜고짜 반대하는 집주인. 서울시는 어떻게 답변했을까.

서울시는 민법에서 정한 임대차 규정을 들어 A씨가 보장된 임대기간에 지인에게 집을 빌려주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동안 임대주택을 사용할 권리를 가지는데, 별도의 특약이 없고 임차 목적대로 사용·수익한다면 지인의 거주 역시 무방하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도 전대차나 영업행위 등으로 임대주택을 정해진 용법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고의·과실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A씨의 지인이) 자가격리대상이라는 점을 떼어놓고 보면 일반적으로 가족 등이 다녀가는 사례와 동일하게 볼 수 있고, 이럴 때 임대인의 허락을 받지는 않는다”면서 “A씨가 지인에게 비용을 받고 전대하거나 수익을 요구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능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증금 반환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임차인이 임대계약 종료일 1개월 전에 이사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임대인은 임차인의 주택 반환과 동시에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 세입자가 새로운 세입자에게 주택을 보여줘야 하는 것도 법적 의무는 아니다”며 “여기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해서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절할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19에 새 임대차법, ‘집 보여주는 문제’ 갈등도 계속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인 접촉을 꺼리는 데다 새 임대차법 시행까지 맞물리면서 ‘집 보여주는 문제’를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매수인 간 갈등 상황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최근 전세난 속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수고비’(집 보여주는 비용), 집주인이 매수 희망자에게 ‘집 보는 비용’을 요구한 사례도 전해진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이가 있는 집들은 코로나19 걱정에 집을 잘 안 보여주려고 하고, 현관에서만 집을 살펴보게 하는 일도 있다”면서 “아예 안 보여주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세입자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새 임대차법의 영향도 있다”면서 “집주인이 바뀌지 않으면 최소 4년은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사를 마냥 미룰 수 없는 매수인들의 불만도 크다. 집을 안 보고 계약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최근 아파트 매매에 나선 B씨는 “세입자는 집을 안 보여준다고 하고 집주인은 집값 조정도 안 된다고 한다”면서 “공인중개사는 어차피 들어갈 때 수리를 할테니 동 위치나 층수를 보고 결정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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