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토보상권 불법전매 부추기는 영업 기승
LH “피해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예정지에 대토보상 업무를 대행해준다는 업체의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업체 측에 자사 로고가 쓰인 해당 플래카드 철수를 요청했다.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예정지에 사는 A씨는 최근 대토보상리츠 업체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업체는 사전약정을 체결하면 대토보상금의 70%를 우선 지급해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말소하도록 해주고 분양을 개시할 때 나머지 30% 지급한 뒤 준공 후 실투자금(대토보상금의 30%)의 60%+α 수익을 주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복잡한 토지보상 절차가 부담스러웠던 A씨는 대토보상권을 업체에 맡겨야 할지 고민이다.
지난해 말 하남교산·인천계양 등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사업지구 내 대토보상권 사전약정(계약), 불법전매 등을 부추기는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인근에서 영업 중인 A업체가 대토보상권 사전약정 체결에 대해 설명한 광고지. |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A씨의 사례처럼 대토보상권을 담보로 선급금을 지급받는 것은 불법전매에 해당한다. 명확히 말해 매매는 아니지만 양도나 신탁 같이 대토보상권 권리 변동을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전매제한 대상이라고 관련 법은 명시하고 있다.
대토보상 대상자 선정은 물론 보상계약도 체결하기 전이기 때문에 권리를 맡긴다는 계약 자체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근저당권 문제가 해결돼 대토보상 신청금액 비율이 높아진다고 한들 실제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모두 인정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 사전약정의 경우 불법으로 보기 어려우나 업체가 개발수익의 70% 이상을 가져간다거나 약정 해제 시 수억원대 위약금을 내야 하는 등의 불합리한 계약이 횡행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 전언이다.
하남교산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크게는 7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분도 있는데 계약자 대부분은 어르신”이라며 “평생 농사짓던 분을 대상으로 이익금만 챙기겠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하남교산지구에는 이른바 대토보상 컨설팅을 제공하는 개발 대행업체가 20곳 넘게 성업 중이다. 이들 중 몇몇은 대토보상권을 신탁하면 확정 수익을 주겠다는 식의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리츠 영업인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토보상권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대토보상권에 수반되는 현금전환 청구권 신탁으로 보상금 일부를 지급하는 사례는 불법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인근 도로변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산관리를 맡을 예정이라고 명시한 업체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업체 측에 자사 로고가 쓰인 해당 플래카드 철수를 요청했다. |
LH가 해당 업체의 AMC(자산관리회사)를 맡기로 했다는 식의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기도 한다. LH 로고를 버젓이 걸고 공공기관의 신뢰도를 이용하는 셈이다. LH는 토지개발 과정에서 리츠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나 리츠 설립인가 이후 업무위탁을 의뢰하면 검토해 결정한다. 현재 3기 신도시 대토보상리츠와 관련해 LH는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대토보상 계약은 물론 대상자 선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전약정, 불법전매 등으로 원주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토지보상법령에 따르면 대토보상권을 불법 전매할 경우 대토보상 계약이 취소되거나 현금보상으로 전환되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