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주체가 이해관계 조율은 산 넘어 산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정부의 ‘공공재개발사업’ 발표가 있던 지난 15일, 첫 대상지 중 하나로 선정된 서울 강북구 강북5구역 일대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주변은 롯데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병원과 각종 상점이 있는 이 지역 대표 상업지역다. 평일 오후임에도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분주했다. 강북5구역과 맞닿아 있는 숭인시장 역시 다양한 먹거리와 생필품을 사기 위해 몰려든 사람으로 활기가 넘쳤다.
강북 5구역 모습 [헤럴드경제DB] |
하지만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3분만 들어가면 나오는 강북5구역은 매우 조용했다. 공공재개발 첫 사업지 발표에 부동산에는 매물 문의 전화가 밀려들고, 취재 열기로 후끈한 다른 사업지들과는 딴판이다. 대상지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사실조차 이곳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다. 비슷한 크기의 땅에 비슷한 모습의 2층 양옥 10여채가 골목을 마주보고 나란히 서있는 이 곳은 바로 옆 대로변 상업지역과 달리 고요함 그 자체였다.
이 지역은 뉴타운 붐과 함께 2008년 추진위가 구성됐다. 미아사거리역 6번 출구 윗쪽 대부분을 묶어 아파트와 주상복합 빌딩 등을 만드는 제법 큰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대로변 상가 건물주와 뒷쪽 주택 보유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사업은 20년 가까이 진척이 없었다. 그 사이 도시개발 구역도 하나 둘 씩 늘어나는 대로변 새 빌딩, 그리고 5층 연립과 도심형 생활주택과 함께 축소됐다.
인근 부동산 한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는 여러번 있었지만 큰 땅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들의 반대가 심해 사실상 대단위 사업은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지역 사람들의 관심도 사실상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백화점과 상가, 시장이 있는 큰길가와 달리 이 지역이 20년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이유였다.
그러다보니 공공재개발 지역 선정 발표에도, 매수·매도 문의는 없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10년동안 거래가 사실상 없었다”며 “팔고자 내놓는 물건도 없다보니 시세 변동도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근 연립이나 새로 만든 도심형 주택의 전월세를 찾는 사람들이나 간혹 오가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대상지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우세했다. 실제 강북5구역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사무실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강북 5구역과 인근 상업지역 [헤럴드경제 DB] |
이번 공공재개발 신청 역시 일부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했다.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전체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뜻을 모으는 일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정부 주도 컨설팅 과정에서도 임대주택 비중과 주민 분담금 배분 등을 놓고 주민들간 이견이 있었다고 지역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멀리는 장위동, 가까이는 미아동 일대가 10여년의 갈등과 진통 끝에 마침내 대규모 ‘뉴타운’ 아파트 단지로 속속 변신에 성공하고, 생활 환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10년 20년 거주한 토박이들이 대부분인 이 지역에도 개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정부는 미아삼거리 6번 출구 뒷편 1만2870㎡ 강북 5구역에 용적률 800%를 적용해 680세대 주상복합 아파트로 탈바꿈시키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특례가 적용된 정비계획을 수립해 연말까지 ‘공공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최종 확정,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