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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라고 꼭 작은 집일 필요는 없는데…’ 인구변화발 집의 재구성 [부동산360]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2020년은 인류역사에 기록될 해다. 팬데믹의 공포와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여기에 2020년을 설명하는 변곡점은 하나 더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즉 인구감소다. 한국은 2020년 사상 최초로 인구가 줄어들었다. 워낙 놀랄 만한 일이 많은 사회라 충격은 생각보다 작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굳이 강조해본들 곧 잊힌다. 아쉽지만 현실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2030 역세권 청년주택의 모습. [연합]

그래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란 건 변하지 않는다. 인구감소의 파장은 결코 만만찮다. 충격 여파는 갈수록 강력해질 것이다. 지금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소 잃고 외양간 뜯어고치는 상황을 반복할 게 확실하다.

한국사회의 밑그림과 운영원칙을 정하는 정부 대응은 미진하고 설익었다. 거액을 숱하게 밀어 넣었으나 체감되는 성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잘못된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각자도생을 전략으로 삼은 민간 기업은 그나마 낫다. 생존 화두가 걸린 탓에 인구를 상수로 포용하고 기업 경영을 한 지 오래다. 민간이 움직이는 주요 근거다.

인구변화는 복합적이고 다각적이다. 한 단어로 변화 양상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다만 연관성이 뚜렷한 현상이 있다. 많은 변화 풍경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빠지지 않는 공통의 최소 지점인, ‘1인 가구’ 증가 양상이다. 일자리는 나빠지고 출산율은 떨어지며 가치관은 변화하는데 그 결과가 1인가구로 압축된다. 혼자 살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인구변화의 기저에 깔린 것이다. 2020년 1인 가구는 39.2%에 달한다(행안부). 열 집 중 네 집이 나홀로다.

1인 가구 양상은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한다. 지금은 청년인구의 ‘1인가구화(1인화)’가 관심사지만, 단신가구는 원래 중고령기에 몰린다. 사별·이혼 등 고령단신은 누구에게든 불가피하다. 급증하는 고령화율은 이를 더 추동한다. 남녀노소 불문 1인화의 삶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청년인구의 만혼·비혼은 ‘중년 싱글화’로 직결된다. 나홀로 아줌마·아저씨의 대량 출현이다.

따라서 경제주체라면 이젠 1인화에 초점을 둬 연령·지역·소득별로 욕구와 취향을 정밀하게 읽어내야 한다. 그다음 제품·서비스별로 잠재고객·세부 니즈를 맞춰보는 게 순서다. 1인화를 이해하면 한층 복잡다단해질 미래의 인구변화도 점칠 수 있다.

대세를 못 읽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1인화’는 단발현상이 아니다. 1인화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의 취약한 경제력과 새로운 가치관은 그들의 생존법칙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나홀로’는 일시적 변덕 현상이 아닌 장기적 트렌드에 가깝다.

이런 인구변화에 대한 시장의 대응은 눈치작전으로 수렴된다. 공격적인 파상공세는 없다. 자신감이 적거나 불확실성에 사로잡힌 결과다. 과도한 단기·안전지향성이다.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은 너무 앞서도 문제지만, 뒷북만 쳐서도 곤란하다. 놀랄만한 한국의 달라진 인구구조를 볼 때 욕구변화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깊숙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부동산은 특히 그렇다. 영향력·파급력을 볼 때 부동산은 1인화의 출발지이자 도착지로 분석된다. 1인가구를 낳은 것도, 1인가구에 닿은 것도 사실상 집과 관련된 시대 변화로 귀결된다. 집이야말로 개별 인구가 직면한 의사결정의 최종·최소변수로 봐야 한다.

청년인구의 1인화는 신접을 차릴 마땅한 집이 없다는 점이 주 원인이다. 집이란 값비싼 구매대상이다. 현재 노동 시장에서 청년세대가 식구 증가가 전제된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인플레 종언시대의 냉엄한 생존판단을 한 결과다. 저성장으로 구매력조차 악화된 장삼이사의 보통청년에게 집은 계속 요원해진다.

해서 부동산은 청년들에게 불행을 불러왔다는 혐의에 휩싸인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먼저 정상주택(?)으로 불리는 20~30평대 아파트는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고 귀하다. 3~4인의 가족 거주가 전제된 이런 아파트는 실수요든 가수요든 과수요 상태다. 신규분양이 값을 올리고 기존주택이 뒤따른다. 남녀노소·임대차인 불문 전 국민이 저금리에 올라타 매수행렬에 나서는 상황이니 웬만큼 부자 부모를 둔 청년이 아니면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이런 ‘살만한 집’의 공급은 늘 부족하다.

1인화에 맞춘 제대로 된 소형 주택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작은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 셰어하우스를 빼면 1인 특화형 공간은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단신 거주자의 집은 극단적이다. 경제력별로 널찍한 정상주택 아니면 초소형 빈곤 공간뿐이다.

결국 ‘미스매칭’이 문제다. 급증한 1인화의 주거욕구에 맞춰진 집이 별로 없다. 혼자라고 꼭 작은 집일 필요는 없는데, 기존주택은 이들에게 너무 비싸다. 그래서 무리하거나 혹은 포기하게 된다.

1인화의 심화는 생각할 거리가 많다. 가족 인원의 감소 현상은 정상주택의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다는 얘기로 통한다. 실상이 뒷받침한다. 1인가구는 폭증세다. 통계청은 2045년까지 40%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장래가구추계) 주지하듯 2020년 이미 39.2%로 집계됐다.

서울 반포대교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시장대응은 달라져야 한다. 정책은 뒤땅을 쳐도 기업은 정확히 스윙해야 한다. 달라진 시대변화에 순응한 맞춤대응 혹은 선제 접근이 필요하다.

1인화는 예전과 다르다. 숫자는 많고 속내는 까다롭다. 지금은 2030세대지만, 이들은 곧 중년·고령화로 접어든다. 구매력은 세지고 눈높이는 변한다. 1인화를 세심하게 투영한 새로운 주거공간의 제안은 몇 년 후 ‘뉴노멀’로 안착할 수 있다. 정해진 미래이자 예고된 힌트다. ‘집의 재구성’은 필수다. 뉴노멀을 위한 재구성의 페르소나(Persona)가 1인가구다. 인구변화는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닌 핵심재료다.

현재 1인화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시장의 초기 단계다. 간편식을 필두로 단신고객용 특화시장이 주목받으나 아직 일반적이진 않다. ‘인구변화=1인화’의 설명력이 확인된 이상 신중하되 실기해선 곤란하다. 3~4인분의 가족소비는 이제 표준모델일 수 없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 일대 단독주택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이쯤에서 유의미한 선행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인구변화를 초고령사회로 받아들인 일본 메이커의 전략이다. 2014년 파나소닉이 내놓은 시니어고객용 ‘J-컨셉’이다. 가전라인업에 고령자들의 욕구를 정밀하고 친절하게 반영했다. 일종의 신브랜드로 고령 고객의 불편·불안·불만영역을 하나둘 제거했다. 가볍고(청소기), 밝으며(조명), 넓고 얕게(세탁기)는 물론 수납은 눈높이(냉장고)에 맞췄다.

차용하면 한국적 1인화 전략인 ‘컨셉-1’ 정도면 어떨까. 혼자를 뜻하는 ‘1’로 사는 달라진 신고객의 욕구 충족형 그랜드 디자인이다. 1인화를 기획부터 마케팅은 물론 타사와의 협업까지 투영해보자는 차원이다.

더불어 1인화가 먹혀들면 2~3인화도 품어내기 좋다. 혼자 살아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 답답함은 곳곳에 있다. 혼자 살 수 없다면 면밀히 관찰하고, 깊이 물어보는 수뿐이다. 인구변화발 작은 혁신실험은 ‘위기→기회’의 지름길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전대미문의 과격한 인구변화가 시작된 한국사회는 더 그렇다. 2021년은 생각보다 행동이 값어치를 낳는 ‘집의 재구성’에 집중할 때다. 그게 혁신이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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