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0월 대비 전월세 매물량은 증가
“전통적 비수기…설 연휴 이후 빠르게 소진될 것”
보증금 수억원에 월세 수백만원을 받는 임차계약이 강남 대단지 아파트에서 다수 체결되고 있다. 사진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들의 월세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수억원대 보증금에 수백만원대 월세를 부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있다.
25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전용) 월세 매물이 보증금 5억에 월세150만원(2층)에 나와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4일에는 같은 면적 매물이 보증금 5억에 월세 19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5월7일에는 84㎡ 매물이 5억에 60만원 , 3월11일에는 5억2000만원에 32만원으로 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최근과 비교하면 월세금액이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74㎡ 매물도 지난 21일 보증금5억원에 월세100만원, 지난해 12월14일에 보증금 5억5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으로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4월17일엔 5억원에20만원에 거래됐었다.
현장에선 이같은 월세 가격 상승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전세가격이 뛰니 당연히 월세로 환산해서도 오르는 것”이라면서 “그리고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담분을 세입자한테서 월세로 받아내려고 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1년여 전과 비교해 월세금액이 100만원 가량씩 오른 것을 두고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은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내 공인중개사무소.[헤럴드경제DB] |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를 보유한 1주택자의 2019년 보유세는 318만원(5년 미만 보유 기준, 재산세+종부세)이었는데 2020년 보유세는 460만원으로, 140만원 가량 올랐다. 2021년엔 653만원(공시가격 연간 10% 상승 가정)으로 197만원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늘어난 보유세의 상당부분을 집주인들이 새로 놓는 임대차계약에 전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은마아파트 뿐만 아니라 10억원이 넘는 보증금에 수백만원 월세 사례는 강남 주요 단지 곳곳에서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은 올해 1월20일에 쓴 월세계약이 보증금6억3060만원에 440만원이었고, 지난해 11월엔 8억원·323만원,10월엔 10억원·209만원 등 거래사례가 나왔다. 잠실동 리센츠 84㎡도 이번달 들어 3억원·255만원, 6억원·245만원 월세계약이 이뤄졌고, 지난해 12월에는 8억원·150만원, 10억원·100만원, 12억원·60만원 등 보증금의 규모가 큰 반전세 형태의 계약도 많이 나타났다.
전월세 가격은 높게 유지되는 중이나 한편으론 매물이 일부 쌓이고 있다. 아실이 인터넷매물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4일 기준 전세매물이 단 9개(중복매물 제외)였던 은마 아파트는 이번달 24일 83개, 월세매물은 22개에서 50개로 늘어났다. 리센츠도 전세 48개에서 119개, 월세는 58개에서 111개로 늘어났다.
대치동 A공인 대표는 “원래 이 시기가 이사 비수기라 조금 정체돼 보이는 것 뿐”이라며 “구정(설) 연휴 이후로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전세 수급지수도 조금 완화된 모양새다.
KB주간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18일 기준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72.5로, 지난해 10월(26일 기준) 192.8에 비해 20% 포인트 감소했다. 이 지수가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장은 이사갈 집을 못 찾아 발을 동동거리는 전세난민이 지난해 8월~10월처럼 많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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