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이에서도 고가와 저가 격차 커져
주택 넘어 상업용 부동산에서도 자산가들의 부 축척 뚜렷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최정호·김은희 기자] 코로나는 부동산시장에서 양극화를 불러왔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서울·강남과 지방·외곽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집값이나 건물값이 급등한 지역에 부동산을 가진 이는 ‘벼락부자’가, 못 가진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로 생긴 ‘부익부 빈익빈’ 부동산시장의 모습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1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시장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 가능하다. 치솟는 전·월세 가격에 20·30대까지 아파트를 사자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법인 등이 내놓은 것을 30대가 ‘영끌’로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하며 부동산 세태를 뜻하는 대표 단어가 됐다.
하지만 결과는 김 전 장관의 말과는 정반대가 됐다. 김 장관의 질책에도 아파트를 구매했던 20·30은 몇년치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투자수익을 거둔 반면, 전·월세로 버틴 사람들은 빚을 내 오른 세를 내기에도 버거웠다.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기안84의 만화에서조차 비판받는 신세가 됐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 못지않게 ‘가진 자’ 사이의 격차도 벌어졌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주택 가격 5분위(상위 20%)와 1분위(하위 20%) 평균 가격 차이인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2월 8.5로 나타났다.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의 가격 차가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1분위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억1192만원으로, 1년 전 1억835만원에서 357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9억5160만원으로, 1년 전보다 2억1203만원, 28.6%가 올랐다.
부동산의 ‘K자형 양극화 현상’은 빌딩 같은 상업용 부동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빌딩시장에서 자산가들이 부를 축적하는 경향은 뚜렷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임대수익은 소폭 하락했으나 높은 시세차익으로 빌딩을 사고파는 사례가 속출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 밸류맵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상업시설 거래 가운데 1년도 채 보유하지 않고 되판 단기 투자 사례는 서울에서만 48건이었고, 최고 매각차익 수익률은 66.1%에 달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건물은 지난해 10월 165억원에 매매됐다. 2019년 11월 99억3278만원에 해당 건물을 사들인 뒤 11개월 만에 6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두며 되판 것이다.
2019년 11월 280억원에 거래된 강남구 논현동의 건물도 지난해 10월 346억원에 손바뀜됐다. 1년도 채 안 돼 가격이 66억원 오른 셈이다.
이 같은 부동산, 특히 주택의 양극화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읍·면·동 경계를 넘어 이사한 인구를 말하는 인구이동률이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웃지 못할 세태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나타내는 인구이동률은 지난해 15.1%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2015년 이동자 775만5000명, 이동률 15.2% 이후 최고치다. 집값 급등의 영향으로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나타나고, 전·월세 거래도 덩달아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주택 매매는 전년 대비 59%, 전·월세 거래는 12% 증가했다.
실제 지난해 인구이동자 중 전입 사유로 ‘주택’ 문제를 꼽은 답변이 38.8%로 가장 많았다. 이동자 773만5000명 가운데 300만5000명이 집 문제 때문에 이사를 했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은 국지적으로 부촌이 형성되는 현상이 일어났고, 서울은 전세난과 공황구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 등의 영향으로 고가와 중저가 주택 가격 모두 상승이 가팔랐다”고 ‘K자형 양극화 현상’을 설명했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