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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층 룰, 유연해야…GTX개통으로 역세권 고밀개발 이뤄질 것” [부동산360]
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인터뷰
일자리·교통 외면한 주택공급은 맞지 않아
철도 속도 빨라지고…환승시설 개선하면 혁신 일어나
모빌리티 혁명에 따라 환승역세권 중심 콤팩트 개발
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은 정부가 환수해 쇠퇴지역 지원에 써야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은 광역교통과 거점중심의 메가시티 구축해야

[대담=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 정리=민상식 기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따라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정부는 균형 발전을 통한 집값 안정을 목적으로 수도권 주요 도시를 잇는 GTX-A·B·C·D 노선을 추진 중이다. 향후 2030년대 GTX가 순차적으로 개통하면 주택 수요 분산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GTX 등 철도 네트워크의 발달은 도시 형태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단국대 교수)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회장은 모빌리티 혁명에 따라 도심의 중심이 환승역세권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묵 기자]

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은 지난달 25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GTX 등 모빌리티 혁명에 따라 도심의 중심이 ‘환승 역세권’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의 수요가 커져 환승역세권 중심의 고밀개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35층 층고 제한에 묶여 있던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환승역세권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공공기여를 통해 쇠퇴지역 지원에 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모빌리티 혁명이 바꿔 놓을 서울 도심의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정부가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을 때 도시계획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가.

▶도심에 더 많은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는 점은 맞다.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도심에 집중해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공급할 때는 상위계획, 일자리, 통근수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주택문제를 주택만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주택이 부족하니 주택공급총량을 늘려가야겠지만, 빈 땅이라고, 저층이라고 공급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시기본계획 등 상위계획에서 정해 둔 용도와 달리 주택,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자치구나 주민들과 갈등이 커진다. 상위계획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주택공급은 도시정책의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인가.

▶창릉신도시와 왕숙신도시에만 GTX가 정차한다. GTX노선을 결정할 때는 신도시 건설을 생각하지 못했다. GTX역사가 없는 신도시 건설은 또 다른 광역교통건설 부담을 가져온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우려하다보니, 수도권의 미래에 대한 그림없이 주택가격이 폭등하면 신도시건설을 ‘깜짝’ 발표한다. 광명·시흥 신도시 LH 투기 사태도 비밀리에 신도시건설을 추진하다 보니 생긴 문제 아닌가. 주택공급총량을 달성하기 위해 급하게 공급하다 보니, 일자리나 통근대책이 부족한 채 신도시건설이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세계 대도시권 중에서 통근 시간이 가장 긴, 편도 57분 수준이다. 긴 통근시간은 삶의 질을 낮춘다.

-서울 도심 개발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서울로 집중하는 인구와 산업, 광역교통망의 확산에 대한 예측이 부족한 채, 주택공급에만 치중한 결과다. 경관·통근·환경 등 도시의 지속가능성보다 주택시장 안정이 우선됐기 때문이다.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과욕이 앞선다. 서울시나 정부에서도 도시계획과보다 주택과가 힘을 가진다.

-용산정비창 등 정부가 지정한 신규 공공택지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공급대책에서 제시한 용산정비창 등은 빈 땅이 아니고 목적이 있는 곳이다. 준공업지역은 쇠퇴한 공장을 정비해 새로운 일자리가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이 목적을 바꾸자면 그에 합당한 설명과 계획변경이 있어야 한다. 용산의 국제업무지구에도 물론 주택공급이 필요하다. 저층의 준공업지역이 첨단업무지구로 전환되면 새로운 주택수요가 발생한다. 도시의 국제기능, 첨단산업기능 조성과 주택공급 사이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주택공급 확대만으로 도시문제,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초고속 열차 등 모빌리티 혁명은 도시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보는가.

▶모빌리티 혁명은 ‘속도·연결·에너지의 혁명’이다. 우선 철도의 ‘속도’가 빨라진다. 고속철도가 우리 지역에 정차한다고 지역이 발전하지 않는다. 이것이 다른 대중교통과 ‘연결’돼야 한다. 즉 환승센터를 통해 지하철, 버스, 자전거 등과 쉽게 갈아탈 수 있어야 한다. 친환경 전기차, 가성비 높은 수소차도입이 확대되면 도시는 더 확산되지 않을까. 광역교통의 발달은 도시의 광역화를 가져올 것이다. 코로나가 기승이던 작년 이맘때쯤 대도시는 분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감염이 두려워, 재택근무가 확산돼 분산된다는 예측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디지털전환이 가속되면서 플랫폼기업, 정보통신업, 테크기업들이 발달하면서 수도권은 더 많은 인구를 끌어모은다.

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단국대 교수) [박해묵 기자]

-‘35층 룰’ 폐지 원칙을 포함한 서울플랜 2040이 수립 중이다.

▶서울플랜 2030의 35층 높이 관리기준은 나름 합리적인 룰을 가지고 있다.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아무 데서나 허용해서는 안 된다. 첫째 50층 이상 건축물은 도심과 광역도심 등 서울플랜상의 중심지에만 허용한다. 둘째, 용도지역상 상업지역에만 허용하고 셋째, 건물용도는 복합건물에만 허용한다. 즉, 도심부 상업지역의 업무기능은 초고층건물을 허용하고 중심지가 아닌 곳의 아파트는 35층까지만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흔히 아파트의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하는 획일적인 규제라고 폄훼하는데, 도시의 형태와 밀도, 스카이라인을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관리해가는 질서인 셈이다.

다만, 서울플랜 2030은 10년 전에 만들어졌다. 기술혁명과 모빌리티 혁명이 가져오는 변화를 고려하는 유연한 관리기준이 필요하다. 50년 전 강남의 상업지역은 도로폭과 도로네트워크를 기준으로 그려졌는데, 이제는 땅아래의 철도 네트워크, 환승역세권을 고려해 달라져야 한다. 고속철도, 광역철도의 환승역세권은 교통처리 용량이 매우 뛰어나므로 이런 곳은 현재보다 더 높은 용적률을 허용해도 괜찮을 것이다. 인근의 저층주거지나 일조권시비 등 토지이용을 고려하고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를 고려하는 새로운 높이 관리 기준이 요구된다.

-해외 도시의 사례를 참조한다면.

▶런던은 매우 혁신적인 도시다. 킹스크로스역은 서울역과 용산역이 붙어있는, 넓은 철도부지를 가진 역으로서, 공항철도와 유럽고속철도(유로스타)의 출발역이다. 철도공사와 민간이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가 추진하는 역세권 도시재생으로 공공임대주택, 미술관과 박물관, 예술대학, 업무시설을 개발하고, 구글런던, 구글삼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유치한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역사문화적 자원을 활용하는 철도부지 도시재생, 환승역세권 복합개발,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창출 등 벤치마킹해야 할 점이 풍부하다.

-환승 역세권의 막대한 개발이익은 어떻게 환수해야 하나.

▶서울시는 강남구 현대차 신사옥(GBC) 건립사업에서 1조7000억원을 공공기여금으로 환수했다. 지구단위계획 지침개정을 통해 이를 자치구를 넘어서, 강북균형발전을 위해 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대규모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사업들은 대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니, 향후에는 시도 간의 개발이익 환수를 통한 시도 간의 교차보조도 필요해질 것이다. 최근 대장동 사태에서 보듯이 향후에는 부동산개발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 이를 쇠퇴지역의 지역균형발전사업에 지원하는 일이 확산될 것이다. 기반시설여건이 양호하고 수요가 높은 곳에는 개발을 유연하게 허용하되, 적정수준의 개발이익을 환수해 쇠퇴지역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 소멸에 대해 메가시티 구축이 해법이 될까.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성장산업들이 수도권으로 집중한다. 코로나 2년 동안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플랫폼기업, 연구개발기업, 테크기업들의 판교와 강남 집중이 더해지고, 이러한 기업성장이 지방청년들을 수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용인, 화성,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구축되면서 경기남부지역의 인구가 증가하고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마이스, 금융, 컨설팅 등 생산자 서비스가 강남으로 집중한다. 따라서, 전과 다른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요구된다. 기존의 수도권규제정책이나 혁신도시정책은 제조업시대의 수단이므로, 새로운 균형정책이 필요하다.

지방5대 대도시권을 ‘거점과 광역교통망 중심의 메가시티’로 개편해가야 한다. 지방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와 함께 가팔라진 청년들의 유출을 억제하고 청년들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지방에 판교 만들기’가 시급하다. 대학 입학생 감소, 산업단지의 쇠퇴 등의 문제도 혁신잠재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다. 그런데 판교는 아무데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5대 광역시의 도심, 광역철도의 환승역세권에 창업·연구개발·중소기업성장·기업성장지원 기능을 유치하고 쾌적하고 편리한 장소플랫폼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재능있는 혁신인력들이 ‘일하고(work), 즐기고(play), 살고(live), 배울 수 있는(learn)’ 매력있는 도심환경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의 주택과 인프라지원 기능, 중기부·산업부의 기업지원 기능, 교육부의 교육지원 정책들이 융복합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즉 도심에 융복합 특구를 만들어가는 ‘도심융합특구’(국토부 국토정책과)와 같은 사업이 하나의 솔루션이다.

-서울의 과밀, 청년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60여개의 대학의 일부를 분산시키는 방안도 있다.

▶서울 도심의 대학들은 10만~20만평(33만~66만㎡) 규모에 펜스로 시가지를 단절시킨다. 정문 근처 대학로를 제외하고는 대학의 경계부는 낙후지역이다. 또 대규모 대학들은 국제경쟁력이 상승하면서 연구개발투자를 하는데 캠퍼스가 협소한 실정이다. 대학행정, 연구개발 등 핵심기능을 도심캠퍼스에 두고 기숙사·체육관·실습장 등은 3기 신도시의 자족용지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대학의 펜스를 허물어 도로를 개설해주고, 일부 용지는 정부가 요구하는 청년주택, 창업단지 등 혁신기능이나 주민편의시설을 유치하며, 정문 근처는 도심형 캠퍼스로 용도지역을 상향시켜준다. 닫혀진 대학캠퍼스가 개방되면서 시가지는 활성화되고, 혁신기능이 도입되며, 더욱이 청년주택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총 이산화탄소 발생 중에 이동(교통·여객·화물 등)에서 발생한 양이 17% 정도 된다. 이 가운데 약 93% 이상이 자동차에서 발생한다. 차량 이용을 줄이고 친환경 철도로 바꾸는 게 탄소 중립이다. 철도 이용을 늘리기 위해선 환승 역세권 중심으로 고밀복합 시가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환승역세권 중심의 컴팩트시티는 이동의 필요성을 줄여주고, 이동거리를 짧게 하며, 이동하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니, 탄소중립도시의 가장 핵심적인 수단일 것이다.

-GTX 건립이 탄소중립에 끼치는 영향이 클까.

▶GTX환승역에 업무와 주거를 복합하고 고밀화하는 경우, 이동거리, 이동필요성을 낮출 수 있고 한편으로 대중교통이용률을 높일 수 있으니 이동에서 발생하는 탄소감축의 효과적인 방법이다. GTX는 역세권주민들이 통근수단이기도 하지만, 업무, 대형유통, 문화복지, 대형병원 등 도시의 고차 서비스가 집적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GTX가 없었더라면 입지할 수 없는 고급도시기능을 집적케해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역세권개발계획을 수립해 주변기능을 고도화해야 한다.

-도시재생산업박람회 추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신데 도시재생도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도시재생산업박람회는 도시재생산업진흥협회가 추진하는 박람회로서 지자체 민간기업과 단체, 협회 등이 부스를 전시하고, 토론회를 진행해 도시재생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자 개최된다. 주택정비사업을 결합하고 민간기업과 민간창의가 도입될 수 있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지난달 말 창원에서 제3회 박람회가 개최됐는데 150여 지자체 및 공기관, 600여개의 부스, 10여개의 세미나와 토론회가 개최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계획은.

▶코로나 2년을 겪으며 기술혁명이 속도가 빨라진다. 신성장 기업들은 대도시의 도심으로 집중하면서 새로운 중심지를 만들어낸다. 모빌리티 혁명으로 환승역세권 중심으로 콤팩트한 도시가 만들어지고, 광역교통의 확산으로 광역화가 촉진된다. 넓어지지만 수개의 뾰족한 중심지를 가지는 다핵분산형 메가시티로 전환해간다.

한편으로 산업업종 간, 계층 간 격차가 커지고 지역 간에도 격차가 벌어진다. 기본소득, 기본주택처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뉴노멀 균형발전대책이 요구된다. 과거와는 다른 ‘도심융합특구’와 같은 포스트코로나 균형발전대책이 절실하다.

〈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약력〉

▶1962년 대구 출생

▶1981년 대구 계성고 졸업

▶1985년 서울대 도시공학과 졸업

▶1994년 서울대 대학원(도시계획 박사) 졸업

▶2006년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2018년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정책자문위원

▶2019년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

▶2020년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정책위원

▶2020년 국무총리실 국토정책심의위원

▶2020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회장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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