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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현동 가는 ‘이건희 기증관’…“랜드마크” 기대·“문화격차” 우려 공존
‘이건희 기증관’ 송현동 건립 확정
“공청회 없고, 지역의견 반영 안 한 결정” 비판
“광화문 일대…한국문화 랜드마크 부상” 기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중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여점이 송현동으로 모인다. 국보, 보물부터 근현대 미술품을 아우른 ‘세기의 기증’이 한곳에 집결하며 서울 광화문 일대가 한국 문화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를지 관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송현동 땅의 일부(9787㎡)를 기증관 건립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후보지는 서울 용산과 송현동 두 곳이었으나, 장소성·접근성·연계성·활용성·경관 및 조망성 등 6개 평가 결과 송현동이 2.5배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옛 풍문여고 자리에 들어선 서울공예박물관을 비롯해 20여개 박물관, 미술관이 밀집했고,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인사동 등 인접한 문화·관광 기반 시설이 탄탄하며, 도심 내 입지해 도보와 대중교통 접근성도 우수하다는 것이 선정 요지다.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되던 송현동 부지는 현재 대한항공 소유다. 국방부에서 삼성생명, 삼성생명에서 대한항공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다 20년 가까이 공터로 방치됐다. 곧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여 서울시와 소유지(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맞바꾸고, 다시 문체부와 서울시가 업무협약을 맺어 이 땅을 다른 국유지와 맞교환해 기증관 건립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새 기증관의 건축 절차도 곧 돌입한다. 내년 후반기 국제설계 공모를 진행, 2027년 완공, 개관할 예정이다. 건물은 연면적 3만㎡ 규모다. 문화예술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업계에선 “한국의 소프트파워 경쟁력과 문화 브랜드 가치를 높일 문화예술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헤럴드DB]

하지만 부지 후보 선정부터 결정 과정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건희 기증관의 서울 건립 과정 논의에 대한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었으며,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는 지역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점은 민주적 절차 결함과 지역 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꼽힌다. 위원회는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미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위촉위원 7명, 문체부 관료와 국립중앙박물관장·국립현대미술관장 등 당연직 4명으로 구성됐다. 앞서 문화계에선 우리나라 문화시설의 40%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이건희 기증관’은 지역 건립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송현동 부지는 오랜 시간 방치돼 울창한 밀림과 숲이 조성됐다. 일각에선 이곳이 “일종의 비무장지대이자 야생동물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어 훼손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세기의 기증’으로 불린 ‘이건희 컬렉션’을 품을 기증관은 “장르와 경계 없는 융복합 미술관”을 지향한다. 미술계에선 그러나 시대와 장르, 영역을 아우른 소장품을 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시도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애초 유족 측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시기별, 성격별로 구분해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과거 미술관과 박물관은 모둠식, 종합식으로 운영했으나 현재는 시대별, 당르별 세분화가 세계 미술 트렌드로 나타나고 있다”며 “통합관 건립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2027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 평론가는 “서울과 지역 문화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마련하고, 기증관 건축 과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세부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며 “문화예술계에는 물론 중요한 국책 사업인 만큼 소통의 루트를 다층적으로 확장해 여러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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