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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 이거 가능해?” 준커리안의 바이올린은 다 된다
K팝·랩·팝…한계 넘은 1세대 크리에이터
2011년에 美서 음악 다루는 유튜버로 시작
꾸준히 팝스타 음악 연주…K팝 영역 개척
“노래하는 것 같은 연주” “가사가 들린다” 댓글
작년 7월부터 틱톡 병행…팔로워 189만 인기
서울 강남구 틱톡 스튜디오에서 바이올리니스트겸 크리에이터인 준커리안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상섭 기자

“형형형! 이거 가능해?” 도전장처럼 날아든 한 마디에 준커리안이 바이올린을 들었다. 클래식 악기로 연주한 곡은 ‘쇼미더머니10’에 나온 비오의 ‘카운팅 스타(Counting Stars)’. 조회수는 무려 162만6000회다. 요즘 틱톡에서 인기라는 준커리안의 “형, 이거 할 줄 알아(형, Can you play this?)?” 콘텐츠다.

“만드는 과정은 너무 쉬워요.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그 위에 연주를 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려요. 댓글로 어떤 곡을 연주해 달라거나, 이 노래도 할 수 있냐는 질문이 많아 만들게 된 콘텐츠예요.”

그의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K팝, 랩, 팝, CF 음악까지 다양하다. 2021년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오징어게임’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연주한 영상은 조회수 346만9000회, 바밤바송은 715만8000회를 기록했다. 때론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춤까지 춘다. 최근 서울 삼성동 틱톡 스튜디오에서 준커리안(본명 안준성·29)을 만나 크리에이터로서의 이야기를 들었다.

준커리안이 크리에이터의 세계에 접어든 것은 2011년이다. “아홉 살에 미국으로 이민”가 자라다 보니 한국보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사용이 빨랐다. 첫 영상은 2011년 게재한 에미넴의 ‘라이터스(Lighters)’. 랩 음악을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는 파격은 그 이전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 때는 유튜브가 만들어진지 5년쯤 됐을 때였어요. 미국에선 유튜버 2세대였어요. 한국에선 K팝 뮤직비디오도 올라오지 않은 때였죠.” 우리로 치면 국내 크리에이터 1세대라고 할 만하다. 당시 한국에서 음악을 다루는 유튜버는 단 두 명, ‘천재 소년’으로 이름을 알린 기타리스트 정성하와 준커리안뿐이었다.

바이올린으로 대중음악을 연주하기로 한 것은 학창시절 진로가 달라지면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연주자의 길을 가려 했으나,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영화를 복수 전공하며 악기를 놓게 됐다. “어릴 때부터 감독의 꿈은 있었지만, 오래 연주해온 바이올린을 그만 두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더라고요.” 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다 보니 “수업 중 배운 내용을 포트폴리오처럼 활용해 영상을 촬영”했다.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로 자리잡기까진 ‘꾸준함’이 큰 역할을 했다. 에미넴, 아델, 데이비드 게타 등 유명 팝스타의 음악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며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커버했고, “네이트 판에선 열린 ‘강남스타일 콘테스트’에 참여, ‘미국 스타일’로 바꿔 연주해 1등을 차지”하며 콘텐츠가 알려졌다. 이때부터 K팝 연주도 본격적으로 함께 했다. 사실 준커리안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K팝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K팝 커버 영상을 올리지만, 10여년 전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장르의 경계, 악기의 한계를 넘어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낸 크리에이터다.

“영화감독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도 벌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튜브가 좋은 선택지가 됐어요. 특히 당시 미국에선 유튜브로 광고나 협찬 등의 수익이 많을 때라 메인 직업으로 삼게 됐어요.”

준커리안의 바이올린 연주에선 그만의 내공이 느껴진다. 어떤 음악을 연주해도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의 음악적 간극이 없다. 한 마디로 어색하지 않다. 댓글에도 “바이올린 연주가 노래하는 것 같다”, “가사가 들린다”는 반응이 많다. 준커리안 역시 “조금 더 소울을 담아 목소리처럼 연주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 연주가 정통의 클래식과는 느낌이 다를 거예요. 클래식 연주자들은 대개 악보를 보고 연주하지만, 전 한 번도 악보를 쓴 적이 없어요. 음악을 듣고, 그걸 똑같이 바이올린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음정을 따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가수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유튜브로 시작한 크리에이터로의 활동을 지난해 7월부터 틱톡에서 병행하며 빛을 발했다. 국내외에서 팬들이 생겼다. 유튜브에선 해외팬이 많고, 틱톡에선 국내팬이 50%를 넘는다. 유튜브와 틱톡 모두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곳이지만, 현재는 두 플랫폼에 각자의 노선이 생겼다.

“예전엔 유튜브에도 공식 뮤직비디오부터 커버 영상 등이 공존했는데, 지금은 공식 영상들이 주를 이루는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어요. 대신 틱톡에서 커버 영상, 사용자들이 해석해 즐기는 서포팅 콘텐츠와 같은 영상이 올라오고요.” 공식적 영상이 아닌 “그 너머의 색다른 영상”이 존재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크리에이터들이 더 주목받는 곳도 자연스럽게 틱톡으로 옮겨가고 있다.

준커리안이 틱톡에 올리는 콘텐츠는 90%가 팔로워들의 신청곡이다. 지금까지 60여개의 영상을 올렸다. 팔로워(189만 명) 숫자에 비례하면 콘텐츠는 적은 편인 데도 인기는 대단하다. 그는 “유튜브엔 보다 전문적인 고퀄리티 영상을 주로 올린다면, 틱톡에선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을 올린다”고 했다. 틱톡은 특히 진입장벽이 낮다. 준커리안은 “영화 전공하면서 쓰던 모든 촬영 툴이 틱톡 안에 있어 누구나 쉽게 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했다.

현재 그의 직업은 꽤 여러 개다. 2019년 첫 앨범을 낸 뮤지션이자 크리에이터이며, 대학 입시 컨설팅 학원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K-직장인이다. 유명 크리에이터이다 보니 학생들이 종종 알아본다. “쌤, 여기서 뭐하세요?” 이런 반응도 적잖다. “알아보는 학생들은 차단한다”고 한다.

창작자로의 목표도 있다. 전공자가 아니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바이올린을 접하길 바란다.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어 독학하는 것이 어려웠을 때 피아니스트 이루마 씨의 악보를 보고 한 손씩 연주하며 익혔던 기억이 있어요. 사람들이 바이올린을 전공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어요. 이루마 씨의 피아노 연주곡처럼 전공자가 아니라도 다가갈 수 있고 연주해볼 수 있는 바이올린 자작곡을 쓰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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