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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룹 절반 날아갈 수 있지만 삼성이 모험해야” 이재용이 새긴 이 한마디 [비즈360]
故 이병철 회장 1983년 ‘도쿄 선언’ 직후 발언
40년 전 ‘초심’에 대한 의지 표현
기흥 R&D 단지 조성, 이재용 “새로운 도전”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서 직원들과 함께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는 문구가 적힌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반도체, 컴퓨터 등 첨단산업 분야는 세계시장이 무한히 넓다.”(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어록을 인용하며 ‘기술’을 강조했다. 40년 전 기흥에서 태동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3대에 걸친 끊임없는 기술 경쟁력 강화로 점철된 산물이다.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30년 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 비전 달성을 위해 또 한 번의 ‘기술 초격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40년 전 절박했던 삼성의 기억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헤럴드경제DB]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 현장에는 이병철 회장의 “ 이것이 곧 고부가가치, 고기술 상품, 즉 첨단기술 상품이다”는 어록이 등장했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83년 2월 주위의 반대와 비웃음을 무릅쓰고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직후 “무자원 반도인 우리의 자연적 조건에 맞으면서 해외에서도 필요한 제품을 찾아야 한다”며 “반도체, 컴퓨터 산업은 그 자체로서도 시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의 파급효과가 지대하며 무공해, 생자원(省資源), 기술 및 두뇌집약,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우리 실정에 매우 적합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구는 이날 현장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됐다. 삼성 반도체 사업의 발원지인 기흥에서 R&D 단지 기공식이 열리며 40년 전 이 글귀들이 소개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다.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미래 삼성 반도체 기술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글귀들은 당시 ‘도쿄 선언’을 하며 절박했던 이 선대회장의 심정을 되새기고 40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지를 다지며 기술역량을 보다 더 강화하자는 상징적인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도쿄 선언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반도체 사업 진출로)잘못하면 삼성그룹 절반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성이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대회장 계승한 이재용 부회장 ‘새로운 도전’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고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며 시장 1위를 달성했다. 이듬해엔 사업 10년 만에 메모리반도체 분야 정상에 올랐고 30년 간 1위를 지키며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가고 있다.

정은승(왼쪽부터) 삼성전자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반도체 기술은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개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선두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기술’에 달려있다는 게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이다.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선대회장의 글귀를 항상 곁에 두고 수시로 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선대회장이 과거 임직원으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았던 ‘기흥사업장 모형도’도 소중하게 간직하며 반도체 사업 육성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실제 이날 행사에서 선대회장의 어록을 꺼내며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했다.

그가 기술을 언급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2019년 9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 회의에서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비슷한 말을 했다. 2020년 6월 화성 반도체연구소 간담회에서는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도 했다.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는 “첫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20조원이 넘는 이번 R&D 단지 투자도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R&D 단지는 약 10만9000㎡(3만3000여 평) 규모로 오는 2028년 단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2025년 R&D 전용 라인이 완성되면 다양한 테스트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반도체 품질 향상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기흥-화성-평택을 잇는 수도권 최대 반도체 R&D 클러스터로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반도체 기술의 심장과 같은 곳으로 자리매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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