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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띠 졸라매는 서민...배달음식마저 끊고 있다
사회 곳곳 경기침체의 그늘
물가폭등에 소비자 지갑 닫아
배달앱 10월 이용 11% 급감
거리두기 풀려 외식도 늘어
업계 떠나는 라이더도 증가세
배달료 갈등에 파업 설상가상
코로나19로 급성장한 배달 플랫폼 시장이 최근 음식배달 수요 감소로 침체기를 맞았다. 사잔은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대기 중인 배달 오토바이 모습. 임세준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평소 1주일에 최소 3~4회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지만 최근 배달앱 이용을 한 달에 1~2회 꼴로 줄였다. 그나마 직접 가서 포장을 해오거나 한 달에 한 번 통신사가 할인쿠폰을 제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배달음식을 시킨다. 자주 주문하던 족발집이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음식 가격을 올린 데다 비싼 배달료까지 더해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배달 음식 시장도 경기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역성장으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 폭등한 물가가 배달앱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진 상황에서 식당들마저 일제히 음식 가격을 올리자 가격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배달 음식 마저도 지갑을 닫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집에서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던 ‘배달족’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배달앱 이용자가 줄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10월 월간 이용자 수(MAU)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 감소(3391만명→3023만명)했다. 매달 성장을 거듭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역성장이다.

쿠팡이츠의 월간 이용자 수는 1년 사이 33%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요기요도 같은 기간 776만명에서 667만명으로 14% 줄었고, 배달의민족은 2070만명에서 1992만명으로 3.8% 감소하는 등 배달앱 3사가 일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배달앱 이용이 급감하면서 배달 현장에서는 ‘콜사(Call+死)’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배달주문(콜) 횟수가 줄어들다 못해 아예 끊겼다는 의미다.

경기침체와 함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식과 약속이 늘어나면서 음식배달 수요가 급감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달앱 시장이 급격한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배달플랫폼 종사자의 처우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수익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호황기 배달 기사들의 수입이 한달 400만원~5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월 200만원도 힘들다는 푸념이 나온다. 너도 나도 뛰어들었던 배달 기사일을 그만두는 이탈 움직임도 나타났다. 올 하반기 배달기사는 올 초와 비교해 1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온라인 상에는 배달 수단인 오토바이가 중고 매물로 대거 올라오기도 했다. 음식배달을 접고 업계를 떠나는 배달 기사가 많다는 의미다.

배달료 인상을 놓고 파업까지 예고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로 구성된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은 2022 카타르월드컵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리는 24일부터 파업을 선언했다. 한국의 월드컵 첫 조별리그 경기일에 배달거부 형식으로 파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공동교섭단은 쿠팡이츠에 ▷기본배달료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 ▷거리 할증 ▷명절 상여금 15만원 ▷영업용 보험료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 배달료 인상 등을 통해 라이더들의 안정적인 소득 체계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배달플랫폼업체들도 배달료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성장한 배달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동안 배달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여론도 컸다. 자영업자인 음식점주에게도 배달료 인상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비 인상은 고객뿐 아니라 자영업자인 음식점주에게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이츠 라이더들의 파업이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배달료 등에 대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에서 최근 물가 급등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배달앱 시장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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