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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아바타 정치’… 후보가 안보인다[이런정치]
‘친윤석열’, ‘친이준석’ 대결 구도 속 사라진 ‘후보자의 이름’
“이렇게 당이 두쪽으로 쪼개지면 누가 대표 되어도 문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김기현(오른쪽부터),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당 대표 후보가 공정경쟁 및 선거결과 승복 서약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선 진출자가 10일 발표된 가운데, 친윤계와 친이준석계의 설전이 거세다. ‘이준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윤계 의원들은 단일대오를 형성해 김기현 후보를 감싸는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천하람 후보를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기싸움은 ‘아바타 정치’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 대신 ‘윤심’과 ‘이심’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20일 경남 김해시 김해중소기업비스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혁신포럼 정기총회에 나란히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아무 ‘말’ 하지 않으면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친윤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후보가 더 이상 문제되는 표현(윤안 연대, 윤핵관)을 쓰지 않겠다고 한다’는 질문에 “우리도 (경고를)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며 “(안 후보가) 하니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안 후보를 향해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수석의 발언이 무색하게, ‘윤심’을 먼저 말한 것은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친윤계 의원들이었다. 김 후보는 직접적으로 ‘내가 윤심 후보’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자신의 지지율 기반으로 삼았다. 지난해 12월 김 의원은 경남혁신포럼에 참석해 “(장 의원은) 제가 봐도 정말 대통령이 신뢰하는 분”이라며 “김장을 잘 담가서 맛있게 식단에 올려놓고 정치권에 영양분을 잘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최대 친윤계 의원모임인 ‘국민공감’이 김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이라는 것 또한 중론이다.

정권교체 1년차에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로 홍역을 치른 집권여당 입장에서, 차기 당대표의 자질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합’을 거론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김 후보에게 ‘새로운 적수’가 생길 때마다 친윤계 의원들이 발벗고 나서 ‘윤심’을 언급하자 ‘김기현을 향한 노골적인 윤심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반윤의 우두머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이 수석의 발언이 ‘윤심은 이미 정해져있다’고 해석되는 이유다.

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하람, ‘이준석 아바타’일까 ‘곽튜브’일까

천 후보는 ‘이준석 아바타’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를 누군가가 따라하거나 대체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곽튜브 이상으로 이 전 대표를 능가해서 정치적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언론에서 “나는 천 후보의 빠니보틀 역할”이라고 말했는데, 독자 152만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인 ‘빠니보틀’ 채널에 또 다른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출연하다 독립해 구독자 136만명의 여행 유튜버로 성장한 사례를 빗댄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일 천 후보가 전당대회 후보 비전발표회에서 내놓은 두 개의 ‘비책 족자’와 관련해 이 전 대표 전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개의 비책 중 ‘대통령 공천 불개입’은 이 전 대표가 주장해온 것과 일맥상통하고, ‘공천자격고사 의무화’도 이 전 대표가 당대표 때 추진해오던 것을 잇겠다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말한 ‘비단 주머니’가 연상되더라”고 했다.

‘비단 주머니’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이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고 할 때 사용하던 용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YTN에 출연해 “적어도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는 것은 윤 대통령하고 저랑 갈등 관계가 어느정도 있었을 때라든지 아니면 선거 캠페인을 윤핵관이 주도했을 때, 그때 지지율이 어땠는지를 다 기억할 것”이라며 “그러다가 캠페인이 바뀌면서 캠페인을 갈아엎고 AI 윤석열의 호남편지 등 비단 주머니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역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천 후보가 친이준석계 김용태, 허은아, 이기인 후보와 연대해 활동하는 것 또한 ‘이준석 아바타’설에 힘을 싣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 ‘후보 이름’이 안보인다” 우려

당내에선 ‘이대로 가다가는 누가 당대표가 되어도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도 김 후보의 발언보다 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의 발언이 김 후보 측 발언으로 해석되고 주목받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안 후보나 천 후보가 될 경우에도 당이 ‘두 쪽’나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며 “특히 이 전 대표의 입장에선 천 후보가 이기든 지든, 천 후보를 자신이 돌아올 포석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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