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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불체포특권 공약’ 못 지키는 이유[이런정치]
민주 “檢 구속 사유에 ‘정적 제거’ 의도 드러나”
헌법적 권한 ‘불체포 특권’ 명분
“李 공약 철회하고 민주주의 지켜야”
“노무현 전 대통령 전처 밟지 않아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대상으로 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과반 의석을 총동원해 부결시키겠다는 의지도 강력하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내걸었던 ‘불체포 특권 제한’ 공약을 사실상 지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방탄’이 아닌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을 확보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불체포 특권’은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원 권한이다. 헌법 제44조 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22일 충북 청주에서 지방선거 유세 도중 “불체포특권 제한해야 된다. 100% 동의할 뿐만 아니라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며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5월 22일 충북 청주에서 지방선거 유세 도중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제한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 9시 뉴스 화면 캡처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대표의 대선 공약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에 국민들은 이 대표가 자기 일에 관해 불체포특권 포기 공약을 지킬지 파기할지 아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을 거론하며 사실상 ‘불체포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 신분이기도 한 이 대표는 헌법이 보장한 권한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은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속영장에 기재된 구속 사유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명분을 제공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 야당 대표니까 구속해야겠다고 구속영장에 써놓는 이런 황당한 나라가 어디있나”라며 “우리가 싸워야 하는건 이재명 보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 171쪽에서 ‘피의자의 지위와 영향력에 따른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의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이 대표를 “현직 국회의원이자 제1야당 대표로서 우리나라 최고 정치권력자 중의 한 명”이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력 정치인일수록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며 ‘제 1야당 대표라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검찰 수사가 ‘정적 제거용’이라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제1 야당대표이기 때문에 증거인멸한다고 하는 게 오히려 제 1야당대표이기 때문에 수사한다는, 정치적으로 보복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9년 4월 30일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버스에서 내려 청사로 들어가기 직전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참에 이 대표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정적 제거’라는 의도가 분명해진 만큼 ‘불체포 특권’의 정당성이 확보됐다는 주장이다. 불체포 특권이 검찰권을 활용한 정치 보복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정 장치’ 라는 것이다.

재선의 한 민주당 의원은 “특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번 구속영장 청구로 불체포 특권은 정적을 제거하려는 정권에 야당이 대응할 수 있는 헌법적 장치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 대표도 이번 기회에 본인의 대선 공약을 사과하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사당화 논란 등 그간 검찰 수사 대응을 놓고 계파간 갈등 양상까지 보였던 민주당이 이번 구속영장으로 인해 촘촘한 단일대오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관측에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회한도 배어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 초선 의원은 “비명계라고 해도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의원들이 많다. 정치 보복 수사가 명백해진 만큼 이제는 당 차원의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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