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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글로리' 이어 '다음 소희'…'K콘텐츠'에 기댄 민주당 '이슈몰이’[이런정치]
‘정책 대안’ 야당 한계, ‘콘텐츠 힘’으로 돌파구
영화 '다음 소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스틸컷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더 글로리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는 못 갈 겁니다.”

재선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당 차원에서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다. 평상시 같았으면 임명이 취소된 만큼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여론의 관심을 받기 어렵겠지만, 학폭을 주제로 한 드라마 덕분에 장기적인 ‘이슈 몰이’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정부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공동취재]

그간 ‘정유사 성과급 잔치’, ‘은행 예금·대츨 금리차’, ‘통신사 독과점’ 등의 정책 이슈에서 정부·여당에 주도권을 뺐겼던 민주당이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발판으로 ‘정책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을 집행할 행정 권한이 없는 야당 입장에서 정책 대안 제시의 현실적인 한계를 ‘K 콘텐츠’의 힘을 빌려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더 글로리, 정순신 ‘학폭 논란’ 문제제기 동력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정 변호사를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물론 3만 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한다. 경찰수사와 관련해서는 경찰청장보다 영향력이 더 큰 자리다.

하지만 다음날인 25일 정 번호사는 자녀의 학폭 문제로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변호사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의 사의를 곧바로 받아들였다. 이번 사태가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부실'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신속히 차단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정 변호사의 ‘임명 철회’만으로 끝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인사 부실을 지적하며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은 물론, 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까지 예고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학폭 문제가 국민 일상과 밀접한 민생 이슈라는 점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시즌 2 시작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정순신 이슈 장기화’의 동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학폭 피해자는 인생을 망치고 학폭 가해자는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이 잘못된 현실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며 "정순신 (아들) 학폭 및 인사 검증 실태 조사단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은 정순신 사태와 관련해 인사 검증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 검증단이 검증도 제대로 못 하지만, 법무부에 있는 것도 옳지 않다"며 "대통령실이나 인사혁신처에 두는 게 맞는다고 보고 정부조직 개편안을 제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회견에서 "총체적 부실이 확인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관련 시행령을 즉각 폐지하고, 법률에 근거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재구축하라"고 촉구했다.

다음 소희, 현장 실습생 제도 개선 발판

또한 민주당은 최근 개봉한 영화 ‘다음 소희’와 관련해 직업계고 현장 실습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음 소희’의 실제 주인공은 통신사 콜센터에서 고객들의 계약 해지를 막는 업무를 담당했던 A(당시 19세)양으로, 일상적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시달렸고 실적을 채우지 못했다고 야근을 하는 등 압박에 시달리다 2017년 1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때로는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어떤 책이나 기사보다 사회에 대해 많은 사색을 하게 한다"며 "이제 더는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인공 소희의 모델은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홍수연 양"이라며 "6년 전에 벌어진 비극이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고, 또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의 이야기"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안전한 노동환경 못지않게 직업계고 취업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며 "그래야 현장 실습생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지 않고, 더 나은 일터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은 현장 실습생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국회에 계류돼 법안 심사가 미뤄졌던 관련 개정안들이 영화를 계기로 여야 공감대 속에 신속한 입법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직업계고 현장 실습생을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발의된 이 개정안은 그동안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었다.

해당 개정안은 현장 실습생들도 직장 내 괴롭힘·폭행·강제근로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게 한다는 내용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음 소희를 봐야 한다”며 “영화로 인해 현장 실습생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더욱 신속히 논의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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