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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싼 야채 그리웠다”...‘1000원의 아침밥’ 유학생들도 단골
고려대서 최초 시행 41곳 확산
정문 앞 교회 무료급식도 인기
자취생들에게도 ‘든든한 한끼’
24일 오전 8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생식당에서 중국인 유학생 노사배(29)씨가 식사를 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제가 살던 광둥 지역은 야채를 많이 먹는 곳이에요. 한국에서는 야채가 비싸서 못 먹었어요. 그리웠어요.”

24일 오전 8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생식당, 생명과학과 수료생인 중국인 노사배(29)씨가 식판에 김치와 상추 겉절이를 담았다. 종합시험을 준비하느라 전날 도서관에서 밤을 새워 공부했다는 그가 찾은 것은 고려대가 운영 중인 ‘천원의 아침밥’이다. 운영 10분 전인 50분부터 유학생들을 포함한 재학생들 20여 명이 줄을 섰다.

노씨는 “자취하느라 밥을 잘 챙겨먹지는 못한다”며 “평소에는 집에서 데친 야채에 간장을 찍어서 밥이랑 같이 먹는 식으로 간단하게 해결한다”고 했다.

대학가에서 운영하는 ‘천원의 아침밥’은 타지에서 혼자 공부하는 유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전국 대학 중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시작했을 뿐 아니라 10년 전부터 정문 앞 교회에서도 무료로 아침밥을 제공해왔다. 아침밥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는 학교 측의 당초 예상보다도 높았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회에서도 이미 식사를 제공하고 있어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꾸준히 인기가 높다”고 했다. 행정학과 20학번인 중국인 오청 씨는 아침 9시 수업이 있는 날마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 학생식당으로 온다.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오씨는 “아침은 아무래도 먹기 힘들어서 식당에 올 때 아니면 주스로 때울 때도 많다”고 했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왕모(29)씨도 “자취방 월세가 50만원, 유학생 건강보험으로 7만원씩 매달 나가서 아무래도 식비를 줄이게 된다”며 “적어도 아침은 1000원에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물리학과 박사 과정 중인 태국인 티(28)씨도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매일 온다”는 단골이다.

고려대는 2018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1000원의 아침밥을 도입했다. 졸업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에 캠페인을 통해 만원씩 받은 기부금을 활용한 것이다. 식단 정가는 4000원으로, 학생에겐 1000원만 받고 나머지는 기부금으로 지원했다. 이후 1000의 아침밥은 전국 대학으로 확산돼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재정을 지원한다. 지난해는 대학 28곳이 참여했으며 올해는 예산을 늘려 41곳이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 정문 앞에 위치한 성복중앙교회가 제공하는 ‘무료 아침밥’도 고대에 온 유학생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필수 정보’다. 성복중앙교회는 2013년부터 11년째 고려대를 비롯해 인근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위해 매일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께, 한 청년이 이곳 교회 지하 1층 계단에 앉아 아침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이 “들어오라”고 안내하자 그가 가방을 챙겨 식당 안으로 향했다. 이날 마련된 메뉴는 김치찌개와 꽃게 무침, 동부묵 무침 등이다. 한국 음식 위주로 식단이 꾸려지지만 중국, 대만, 미국, 아프리카계까지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매일 이곳을 찾아 아침을 먹는다. 150명분으로 준비하는 식사가 매일 동날 정도다. 11년째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는 김희정(62) 권사는 밥을 먹고 있는 청년들에게 “찌개 더 먹어라” 라며 친근하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김씨는 “고려대에 온 유학생들이 커뮤니티 같은 곳을 통해서 서로 많이들 정보를 공유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심할 때엔 도시락을 챙겨서 입구에서 나눠주기도 했는데, 유학생들이 많이 찾아와 김치 같은 한국 음식도 잘 먹었다”고 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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