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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지구 반대편 ‘김치의 날 ’

대한민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알리는 ‘김치의 날’이 미국에 이어 남미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시의 아우렐리오 노무라 의원, 한인회 관계자 등과 함께 상파울루시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노무라 의원은 작년 8월 상파울루시 김치의날 제정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21년 10월에는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김치의날 제정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기념일 제정을 주도한 마그달레나 솔라리 킨타나 상원 의원은 “김치의날 제정은 한국 이민자의 문화적·사회적 기여를 기리고 한국과의 우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국내에서 제정된 김치의날은 다음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버지니아주, 뉴욕주, 워싱턴DC 등에서 공식 기념일로 제정됐으며 조지아주, 메릴랜드주, 미시건주, 텍사스주, 페어팩스카운티에 이어 지난 9일에는 풀러턴시에서도 김치의날을 선포했다.

남미 지역과 우리나라는 서로 지구 반대편에 있다. 멀게만 여겨지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에서 음악, 드라마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K-푸드도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농수산식품의 중남미지역 수출액은 2억754만달러로, 전년 대비 12.6% 증가했다. 베네수엘라, 자메이카, 푸에르토리코, 과테말라, 콜럼비아로의 수출은 25% 이상 늘었다. 인구가 약 6억명인 중남미는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연령층이 젊은 편이다. 한국 농수산식품의 수출 잠재력도 크다. 특히 브라질은 인구 2억명이 넘고 라틴아메리카경제 규모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남미 최대시장이다. 지구 반대편으로 수출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는 K-푸드에 매우 중요하고 도전적인 시장이다. 지난해 대(對)브라질 농수산식품 수출은 15% 증가했다. 인삼류 수출이 전년 대비 110% 이상 급증했으며, 고추장·된장·간장 등 전통 장류도 90% 이상 늘었다. 브라질의 ‘국민 술’로 통하는 카이피리냐(Caipirinha)와 비슷한 과일맛 소주가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주류 수출도 77%나 증가했다. 떡볶이도 현지에서 즐겨먹는 뇨끼와 식감이 비슷해 친근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어 향후 쌀가공식품 수출 확대를 기대해볼 만하다.

올해는 브라질 한인 공식 이민 60주년이 되는 해다. K-푸드의 수출 성장과 남미지역 김치의날 제정 추진은 60년이라는 긴 세월을 관통하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전 세계에 거주하는 우리 해외 동포의 숫자는 75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한국인,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 음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유대인이 유대교라는 공통된 유산을 통해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온 것처럼 한국인들은 한국 음식이라는 공통된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서도, 지구 반대편으로 이민을 떠나서도 한국인들은 한국 음식을 떠올리고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김치가 그 대표주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에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사람들의 나라에서 이제는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알리는 ‘김치의 날’이 제정되고 선포되고 있다. 김치가 지구 반대편에서 공식 기념일을 갖게 된다면 오랜 시간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온 교민에게도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이 될 것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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