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떠나도 전방위 분야 메시지 정치
오세훈·원희룡·한동훈과 ‘잠룡 경쟁’ 해석도
“여당 내 야당 역할” vs “당 혼란 초래”
홍준표 대구시장.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여의도 정치권이 홍준표 대구시장의 ‘페이스북 정치’를 주목하고 있다. 중앙정치에서 멀어진 그가 트레이드 마크인 선을 넘나드는 거침없는 발언을 무기로 온라인상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최근 설화로 공개활동을 중단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논란이 확산된 배경에도 김 최고위원 본인 뿐 아니라 홍 시장의 발언이 작용했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홍 시장은 지난달 중순 페이스북에서 “당을 위해서 퇴출시켜야 한다”며 김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김 최고위원이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으로 논란이 된 직후다. 지난달 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발언이 물의를 빚은 뒤에는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한 관계 등이 조명됐지만 홍 시장은 개인감정에 선을 긋고 곧이어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로 전선을 넓혔다. 홍 시장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하다”, “소신과 철학없이 무기력하다”고 지도부를 연일 비판했다. ‘지방행정에 전념해 달라’는 김 대표에게도 “어이없는 당대표 발언”이라고 곧바로 받아치며 신경전을 했다.
홍 시장이 평소 페이스북을 즐기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여의도 정치권은 약 1년 새 달라진 그의 위치와 넓어진 메시지의 범위에 주목하고 있다. 검사 출신의 5선 국회의원인 홍 시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 탈락 이후 6·1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당선되며 여의도를 떠났으나, 연일 중앙정치 주요 이슈에 메시지를 내며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홍 시장이 언급한 주제는 지역이슈 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 국민의힘 3·8전당대회, 선거제 개편, KBS 수신료 분리징수, 북핵 등으로 전방위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홍 시장의 행보를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보고 있다. 첫째는 기질이다. 홍 시장을 초선 의원이던 15대 국회 때부터 지켜봤다는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율사 출신 특유의 눈치보지 않는 독불장군 스타일”이라며 “치고 빠질 때를 아는 정무감각을 타고났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여권 잠룡들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꼽힌다.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중앙정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만큼 시정에 안주할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중앙에서 멀어지면 국민에게 잊혀지고, 이는 대권주자에게 치명적”이라며 “마치 여의도에 있는 것처럼 논쟁적 이슈에 뛰어들어 존재감을 각인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홍 시장의 페이스북 정치에 대한 여당의 반응은 엇갈린다. 긍정적인 평가는 최대 계파이자 주류인 친윤계에서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정치 경력이 30년에 가까운 홍 시장이 친윤 지도부에 고언을 하는 존재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한 당 관계자는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홍 시장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당의 안정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근 사례는 김기현 지도부를 겨냥해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고 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지도부 이후 지난해 2번의 비대위를 출범시키며 극도의 혼란을 겪었고, 현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홍 시장은 글을 수정해 비대위 부분을 삭제했으나, 지도부에서는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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