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합의 시 하루이틀 만에 상정 가능”
작년 전세사기 경고에도 미온적 대처…졸속 대책 우려도
전세사기 대응 3당 정책위의장 회동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용신 정의당 정책위의장.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들불처럼 번지는 전세사기 피해 사태에 여야가 4월 내 관련법 처리를 위해 협상에 나섰다. 상임위 계류 중인 법안과 최근 발의된 특별법, 정부 대책입법 등을 신속하게 심사해 오는 27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게 목표다.
여야는 다음주 초까지 관련 협상을 이어갈 예정인데, 합의될 경우 통상적인 법안 심사 절차마저 건너뛸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피해자 구제책 논의에 소극적이던 정치권이 뒤늦게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졸속 대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전세사기 대책을 논의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여야는 오는 27일 열리는 4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 전세사기 대책 법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본회의에서 불필요한 정쟁 유발 법안은 뒤로 미루고, 전세사기 대책 관련법을 합의 처리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제안에 따른 것이다. 수도권을 넘어 대전·부산 등 지방에서도 터져나오는 전세사기 피해에 정치권이 빠르게 대응하자는 취지다.
첫 회동 결과 여야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방세 감면 입법에 합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들에게 지방세 집행이 될 수 있는 부분 대해서 당장 면제할 수 있는 입법부터 하자는 것(정의당 제안)에 대해서 저도, 민주당의 김민석 의장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법안을 놓고선 의견이 갈렸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 후속법안 가운데 상임위 계류돼 미처리된 민간임대주택법·공인중개사법(총 3건)·감정평가사법을 우선 본회의에 상정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종합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안까지 함께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이 제기한 우선매수권에 대한 법을 (정부가) 만들어오면 이미 나가 있는 법과 함께 충분히 논의해 27일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며 “따로 하는 것보다 종합적인 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다.
여야 논의에 따라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당정이 대안으로 제시한 우선매수권(우선매수청구권)은 민사집행법 개정 사항으로 법무부가 주무부처다. 전세사기 피해에 우선매수권이 도입되면 전세사기를 당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피해자가 최고가 입찰자가 써낸 금액으로 우선 매입할 권리를 갖게 된다. 현재 우선매수권은 공유지분자에게만 부여돼 있다.
정부는 정부 입법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의원 입법을 통해 개정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상적인 절차를 밟아선 27일 본회의 전까지 법안을 심사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촉박하다. 통상적으로 법안은 소관 상임위 접수→상정→법안심사소위 심의·의결→상임위 전체회의 의결 →법사위 숙려기간(5일)을 거쳐 본회의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처리를 주장한 5개 후속법안도 마찬가지다. 5개 법안 중 법사위 계류 중인 감정평가사법을 제외한 4개 법안은 국토교통위 계류 단계다.
국민의힘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절차를 대폭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여야 정책위에서 협의하면 상임위 위원장과 간사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할 수 있다”며 “24~26일 논의를 하고 27일 우선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여야 원내대표와 상임위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진 법안은 단축 심사가 가능하다”며 “상임위 일정이 조정된다면 하루, 이틀 만에 본회의 상정 절차를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관련법 심사에 늑장을 부린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정부 대책의 5개 후속법안의 경우 올해 초 발의돼 논의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피해 사태가 지난해 10월 ‘강서구 빌라왕’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예견됐음에도 적극적인 피해자 구제책이 아닌 예방책에만 몰두했다는 지적도 있다.
졸속 대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정부도 우선매수권이 낙찰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당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우선매수권 적용에 일몰제를 적용할지 등도 관건”이라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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