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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미 ‘신흥기술 대화’ 신설, 미래 먹거리 확보 초석되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신설키로 합의했다.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하는 이 대화는 바이오·배터리·에너지기술·반도체·디지털·양자 등 분야에서 협력을 도모할 계획이다. 한미는 앞서 배터리·바이오·원전 등 첨단 산업과 청정에너지 부문에서 협력한다는 2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70주년을 동행한 한미 관계가 군사안보동맹(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경제동맹(2011년 자유무역협정)을 넘어 기술동맹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한미 신흥기술 대화에서 다뤄질 항목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업종이다. 이번에 체결한 23건의 MOU에는 배터리·바이오·자율주행차·항공·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 10건과 수소·원전·탄소중립 등 청정에너지 분야 13건으로 구성돼 있다. 원전의 경우 차세대 에너지원인 소형모듈원전(SMR)의 협력이 주목된다.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한국수력원자력·현대건설이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미국 뉴스케일·홀텍인터내셔널 등과 4세대 SMR의 설계와 제작, 운영 등 모든 분야의 협력을 통해 제3국 시장 진출에 나서기로 했다. 미 상무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설립하기로 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한국 기업과 연구소들이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이 주도하는 차세대 기술표준 제정에 한국이 올라 탈 길이 열리는 것이어서 반도체기술 초격차 유지에 전기가 될 수 있다. 신흥기술 대화에서 협의될 양자 분야도 누가 기술과 표준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 산업과 경제구도가 바뀔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만나 당부한 우주산업에서의 협력도 한국 산업사에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도전이다.

한국과 미국 기업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손을 맞잡는 것은 양국 경제에 ‘윈-윈’이 될 수 있다. 반도체·원전·인공지능·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은 연구·개발에 강하고 한국은 제조능력이 뛰어나 시너지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기술보유국과 시장보유국이 협력하면 더 광활한 경제영토를 열어 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자유무역 시대의 최대 수혜자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미-중의 패권경쟁,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신냉전구도에 따라 향후 30년은 경제블록화 시대를 살아야 할지 모른다. 원천기술 보유국인 미국과의 공조는 블록화 시대에 생존할 공급망과 제조경쟁력을 갖는 길이다. 초격차 기술을 갖고 있으면 시장은 언제든 복원할 수 있으나 그 역은 성립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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