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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가보조금 내 돈처럼 쓴 시민단체

정부 보조금을 빼돌려 손녀의 유학비용을 대고 승마용 말을 구입한 민간단체 등 10곳을 감사원이 적발했다. 최근 5년간 정부 보조금을 최소 1억원 이상 수령한 비영리 민간단체 911곳 중 보조금 유용이 의심되는 단체들에 대해 지난 7개월간 집중 감사한 결과다.

적발된 비리 행태를 보면 황당하고 기가 막힌다. 5년 동안 정부의 ‘병영 독서 활성화 지원사업’을 수행한 한 사단법인은 가족과 지인을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10억5300여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챙기고 거래 업체 용역대금을 부풀려 되돌려받는 식으로 7억4500여만원을 빼돌렸다. 이렇게 횡령한 돈을 손녀의 유학비, 승마용 말 구입, 자녀 주택 구입자금 등에 썼다. 정부 위탁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제 근무하지 않고 허위 서류를 만들어 급여와 인건비를 타거나 자녀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용역을 맡기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횡령한 곳도 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정부 보조금을 타낸 뒤 사업 인쇄물 제작을 자신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 맡긴 사례도 있다. 이렇게 가로챈 보조금이 17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적발한 단체 10곳, 73명을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번 감사는 윤미향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의 정부 보조금 유용 혐의 재판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비영리 민간단체가 혈세인 국가 보조금을 받아 제대로 쓰는지 확인하는 건 당연하다.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은 지난 5년간 연평균 4000억원씩 증가했지만 정부가 간섭한다는 비판이 두려워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많다. ‘눈먼 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세금을 지원받았다면 누구라도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허위 사실을 기재해도 담당공무원이 수사하듯 일일이 따져볼 수 없는 한계도 있다.

자립도가 낮은 비영리 민간단체들로선 정부 보조 지원사업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감사 대상이 1억원 이상 수령 단체라지만 그보다 적은 곳이 많을 것이다. 정부 보조금이 아니면 운영이 힘들 곳도 많아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시민단체 활동이 많다는 건 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챙기고 건전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역할이 있다.

문제는 선진국처럼 기부가 활성화되지 않아 재정자립도와 투명성이 낮다는 것이다. 시민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불신이 크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시민단체들이 회계투명성을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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