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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포퓰리즘에 경종 울린 그리스 중도우파 집권당의 압승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우파 집권당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이 치프라스 전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에 예상을 뒤엎고 압승했다. 이날 선거에서 신민당(41%)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두 배 이상 표차로 따돌렸다. 애초 신민당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시리자는 최저임금 14% 인상, 근로시간 단축, 연금수령액 7.5% 인상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웠지만 그리스 유권자들은 등을 돌렸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974년 그리스 민주화 이후 제1당과 2당의 격차가 가장 컸다”고 한다. 국가부도 사태로 몰려 IMF 구제금융을 받고 지난 3월 졸업한 그리스의 민심이 과거와 같은 경제위기를 겪어선 안 된다는 경계감을 압도적 표차로 분출한 것이다.

‘유럽의 문제아’로 불렸던 그리스는 포퓰리즘 기승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주는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던 좌파정권은 무상 의료 제공과 퇴직 전 임금의 80% 연금 지급 등 흥청망청 파주기로 나라곳간을 거덜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부도에 몰린 2010년 2887억유로(약 410조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고서야 간신히 국가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퍼주기식 복지 대수술에 나서 무상의료 폐기, 연금소득 대체율 개편과 함께 법인세 인하 등으로 친기업환경을 조성했다. 최저임금도 깎는 등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재정수지를 흑자로 돌려놨다. 그 결과, 그리스 경제성장률은 2021년 8.1%, 2022년 6.1%를 기록하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가장 높이 뛰어올랐다. 수출액 증가율도 유럽 지역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도 급증, 신용등급이 현재 투자적격(BBB-) 진입을 앞두고 있다.

포퓰리즘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곳은 그리스뿐만이 아니다. ‘PIGS(돼지들)’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당시 같은 처지였던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도 복지 축소·친시장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최근 기본소득제도인 ‘시민 소득’의 수급액을 3분의 1가량 삭감하고 1~2년짜리 단기 일자리 규제를 완화하는 등 노동개혁에 단호함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각국의 포퓰리즘 결별은 재정악화에 기인한다. 나랏빚이 1000조에 달하는 한국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선심성 정책들이 자꾸 늘어나고 국민도 돈 받는 일에 둔감해지고 있다. IMF의 고통을 경험한 한국으로선 그리스의 사례가 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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