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재명 사퇴' 등 지도부 전면 교체 모색
친명계 구조적 혁식안으로 '대의원제 폐지' 주장
李 강성 지지층 견고히, 내년 총선까지 당권 확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전당대회 돈 봉투 사태와 김남국 의원의 코인투자 논란이 이어지면서 비명(비이재명)계에서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사퇴를 언급하고 있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는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비명계의 ‘이 대표 사퇴론’과 친명계의 ‘대의원제 폐지’ 모두 겉으로 내건 명분은 ‘혁신’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 총선의 공천권을 놓고 계파간 ‘헤게모니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상민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 |
5선 중진이자 비이재명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직접적으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밤 YTN라디오에서 “사법리스크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당 대표를 맡고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건 틀림없고, 또 검은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에 대표직을 사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민주당 쇄신 의총에서는 비명계 초선인 양기대 의원이 이 대표의 재신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당시 의총에서 이낙연계 좌장인 설훈 의원은 이 대표의 결단을 거듭 주장하며 사실상 이 대표의 퇴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를 정조준한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총선까지 이어질 거란 불안감이 깔려 있다. 민주당의 행보와 주장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묻히는 일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다.
여기에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논란 등 이어지는 악재에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김 의원이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악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 대표의 '제 식구 감싸기'가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와 늑장 대응으로 이어져 위기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문맥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홍은 무더기 이탈표가 쏟아졌던 '이재명 체포동의안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박찬대 최고위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
친명계 역시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비명계와 같다. 다만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책임을 돌리기보다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친명계에서 주장하는 혁신방안은 ‘대의원제 폐지’가 대표적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의원제 폐기 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 정당 민주화의 핵심"이라며 "당 대표도 한 표, 대의원도 한 표, 당원도 한 표인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처럼회' 소속인 친명계 민형배 의원도 민주당 혁신행동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로 설치될 혁신기구가 당원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고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대의원제 폐지와 선출직 중앙위원 컷오프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친명계의 대의원제 폐지 주장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지지 기반인 강성 당원의 영향력을 늘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 의원들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 직전에도 강성 권리당원을 앞세워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직자, 지역 핵심당원 등으로 구성된 민주당 대의원은 현재 약 1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6개월간 월 1000원씩 당비를 낸 당원들로 구성된 권리당원(약 120만명)의 1% 수준이다.
최근 대거 유입된 신규 권리당원 중에는 당이 아닌 이 대표 개인 지지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 대의원제 폐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과 절연해야 한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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