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양평고속道 의혹에 “정치 생명 걸겠다”
‘巨野 공세=발목잡기’ 프레임 강화 전략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질걸고 ‘배수진’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선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여권이 ‘배수진 정치’로 야권의 공세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자신의 거치를 놓고 야당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모양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장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우주항공청 특별법 처리를 위해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야당의 공세에 “직을 걸겠다”는 초강수 대응으로 돌파구를 찾은 바 있다. 잇단 ‘배수진 정치’의 배경에는 거대 야당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강경한 ‘정치적 선언’으로 야당의 무책임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2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여권은 장 의원의 사퇴 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장 의원은 23일 “(우주항공청)법안을 8월 내 통과시키면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디까지나 정치인의 사퇴 선언은 ‘선언’일 뿐”이라며 “원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도 곧바로 민주당이 사과하면 재개하는 쪽으로 선회하지 않았나. 민주당의 책임을 강조하는 일종의 압박”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의 선언은 사실상 윤 대통령의 공약을 연내 출범 시키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과방위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 후임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등 현안마다 여야가 대립하면서 회의가 파행돼 왔다. 장 의원이 지난 5월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두 달간 회의가 파행며 우주항공청법 논의에 진전이 없자 위원장직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한 초선 의원은 “장 의원이 나름 잘 판단한 것 같다”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이었을 때 민주당은 과방위 단독 개의를 일삼았는데, 장 의원은 위원장으로서 처리 기한을 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두둔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답답한 심정을 대신 전해준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려는 민주당도 지금 자신들의 행동이 ‘견제’인지 ‘억지’인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연합] |
앞서 원 장관은 이달 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 제기된 ‘김건희 여사 특혜 논란’과 관련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의도가 있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단언했다. 이후 그는 사업 관련 문서를 전면 공개하는 등 논란 해소에 앞장서면서, 동시에 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띄우고 있다.
백지화 선언 당시 여권에선 야권의 의혹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선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는데, 국토부 관계자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백지화는 어떻게 보면 충격요법”이라며 힘을 실었다. 한 국토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고속도로 사업을 붕 뜬 상태로 놔두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젠 국책사업이 백지화된 것이 ‘누구’ 때문인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 |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 공세를 사퇴로 맞받은 첫 번째 인사는 한동훈 장관이다. 한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일명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제기되자 “비슷한 술자리에 10년 이내에 가본 적이 없다”며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정무직이든 뭐든 다 걸겠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정치권에서는 ‘배수진 정치’의 원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는다. 지난 2003년 대선자금 문제가 달아오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캠프에서 쓴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만 넘으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BBK와 관련이 있다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대통령직을 걸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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