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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라클, 1100억대 법인세 소송 승소…법원 “조세 회피 근거 부족"
아일랜드 회사 설립해 ‘조세 회피’ 의심
국세청, 5년간 법인세 1100여억원 징수
도관회사라면 단순 절세 아닌 조세 회피
법원 “도관 회사라기엔 무리, 회피 근거 부족"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다국적 IT기업 오라클의 국내 법인 한국오라클이 1100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전부 승소했다. 과세당국은 한국오라클이 국내 수익을 미국 본사로 보내며 조세회피처로 아일랜드의 실체 없는 회사를 이용했다고 봤지만 법원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한국오라클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다국적 IT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2부(부장 신명희)는 한국오라클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법인세 1109억 4781만 2270원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한 소송에서 한국오라클 측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소송 비용도 과세당국이 부담하도록 했다.

연매출 9000억원대의 소프트웨어 기업 한국오라클은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미국 본사에 보낸다. 소프트웨어 사용료 명목으로 일종의 로열티다. 당초 한국오라클은 이에 대한 세금을 한국에 납부했지만 2008년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일랜드에 ‘오라클서비스'라는 회사를 세운 뒤부터였다.

한국오라클은 사용료 지급지를 미국 본사에서 오라클서비스로 바꾼 뒤 세금을 한국이 아닌 아일랜드에 납부했다. 이는 한국·아일랜드 조세 조약에 따른 조치로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간 구글·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들도 같은 방법으로 조세 회피를 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세청은 한국오라클이 적법한 절세가 아닌 위법한 ‘조세 회피'를 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아일랜드 회사가 실제 소득의 소유자라면 절세에 해당할 수 있지만 단순히 미국 본사에 돈을 전달하기 위한 ‘도관(통과)'회사에 불과하다면 조세 회피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2019년 9월, 한국오라클에 5년간(2014~2018 사업연도)의 법인세 1109억 4781만 2270원을 징수 처분했다.

한국오라클은 국세청 판단에 대해 반발했다.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2020년 9월 기각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은 약 3년 동안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진행됐다.

재판에서 과세당국은 “아일랜드의 오라클서비스 설립 경위와 사업 활동, 인적·물적 설비 등을 고려하면 오라클서비스를 소득의 실질귀속자로 볼 수 없다"며 “미국 본사를 실질귀속자로 봐야 하므로 한·아일랜드 조세 조약이 적용될 수 없고 한국에 법인세 등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오라클은 “소득의 실질귀속자는 아일랜드 오라클서비스가 맞다"며 “그럼에도 과세당국은 아일랜드가 아닌 미국 본사를 실질귀속자로 판단했으므로 위법하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 결과는 한국오라클의 승소였다. 법원은 “오라클서비스를 도관회사로 취급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소득의 실질귀속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실질귀속자란 소득에 대한 경제적 위험을 부담하고, 소득을 처분할 권리를 가진 자를 말한다. 법원은 총 11가지 근거를 들어 한국오라클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오라클서비스가 ‘유통 및 판매 확대’라는 사업상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주장을 배척할 만한 자료가 없고, 다른 계열사에 겸직하지 않고 본점에서 근무하는 상근 직원들의 수가 7~8명에 이르며, 싱가포르 지점 임직원 500여명의 인건비도 오라클서비스가 지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라클서비스가 하드웨어 재판매로 인한 수익·교육 제공으로 인한 수익 등 다양한 수입원을 갖추고 있고, 자금 관리 및 집행의 통제권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전체 매출액의 규모를 비춰봤을 때 단순한 도관 회사로 취급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조세 회피 목적을 인정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1심 판결에 대해 과세당국은 불복했다. 2심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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