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대비 근소세 비중, 17년 13.2% → 22년 15.3% → 24년 17.8% 껑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7월까지 43조4000억원의 역대급 세수펑크가 발행한 가운데 직장인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둔화와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나홀로 증가한 것이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월별 세목별 세수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7월까지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1년 전(261조원)보다 43조4000억원(16.6%) 감소했다. 가장 많이 감소한 세목은 법인세로 1년 전(65조6000억원) 보다 17조1000억원(26.1%) 줄어들었다. 법인세는 경영실적을 토대로 신고‧납부하는 신고분과 법인이 지급받는 이자‧배당 소득 등에 대해 납부하는 원천분으로 나뉜다. 이 중 기업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법인세 신고분은 1년 전(55조4000억원) 대비 19조1000억원(36.3%) 감소했다.
법인세 다음으로 감소 규모가 두드러진 세목은 소득세 중 양도소득세다. 양도소득세는 1년 전(20조7000억원) 대비 11조1000억원 줄어들었다. 전년동기 대비 53.6% 감소한 수치다.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 2개의 세목이 30조2000억원, 전체 세수결손의 70%를 차지한다. 7월까지 누적 소득세 감소(12조7000억원)는 대부분(87%) 양도세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도 12조4000억원으로 1년 전(14조8000억원)보다 2조4000억원(16.2%) 감소했다.
부가세는 56조7000억원으로 1년 전(62조9000억원)보다 6조1000억원(9.7%) 줄어들었다. 부가세는 국내분과 수입분으로 구성된다. 민간소비 감소로 국내분이 1년 전(29조5000억원)보다 3조2000억원(10.8%) 감소했고, 통관수입 감소로 수입분도 1년 전(33조3000억원) 보다 2조8000억원(8.4%) 줄어들었다.
자산시장과 연계된 증여세(△0.9조원), 증권거래세(△0.7조원), 종합부동산세(△0.3조원) 등도 줄줄이 10% 이상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종부세는 작년 종부세의 분납분으로 아직 올해 고지되는 종부세는 반영되지 않았다. 공시가격 하락과 지난해 통과시킨 세법개정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 종부세는 예산(5조7000억원)보다 크게 덜 걷힐 전망이다.
모든 세목이 줄줄이 쪼그라드는데 유독 근로소득세만 늘고 있다. 직장인의 월급에 부과되는 근로소득세는 37조원으로 1년 전(36조9000억원)보다 1000억원 정도 늘어났다. 근로소득세는 7월에만 5조8000억원이 걷혀 전년동월(5조5000억원) 보다 2000억원 정도 더 걷혔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말 근로소득세는 작년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악화와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법인세, 양도세, 종합소득세 등은 줄줄이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나홀로 증가하게 된다.
근로소득세는 2016년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6년 만인 지난해 6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 통계로는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57조4418억원으로 잡히지만, 국세청이 징수한 근로소득세는 60조3704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는 국세청이 징수한 근로소득세에서 직장인에게 지급한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액만큼 차감해 집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근로·자녀장려금은 5조원이 지급됐는데, 이 중 근로소득세에서 3조원, 종합소득세에서 2조원이 지급되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5년 전인 2017년(35조1000억원) 대비 25조3000억원(7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국세(49.2%)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른 세목보다 근로소득세의 증가 폭이 큰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2%에서 2022년 15.3%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 근로소득세의 나홀로 증가가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올해 세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근로소득세만 증가하면 근로소득세 비중은 더 크게 오를 전망이다. 내년에는 법인세 등 정부의 감세정책 영향이 본격적으로 세수에 반영된다.
정부는 내년 국세수입을 올해 예산 대비 33조1000억원(6.3%) 감소한 367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근로소득세는 올해 예산 대비 1조5000억원(2.4%) 늘어난 62조1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근로‧자녀장려금 3조5000억원을 포함하면 정부는 내년 실제 근로소득세가 65조원 이상 걷힌다고 보는 셈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세 대비 근로소득세 비중은 17.8%까지 상승하게 된다. 반면 올해 기업실적 악화로 내년 법인세는 77조7000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국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17년 22.5%에서 내년에는 21.1%로 감소하게 된다.
고용진 의원은 “경기악화와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법인세, 양도세, 부가세 등 세수가 줄줄이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증가하고 있다”면서. “과세 속도에 정작 브레이크가 필요한 이들은 대기업이 아니라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증가해 세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막대한 세수펑크로 세수만 축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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