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과·당대표직 사퇴-사법방해 진상조사 촉구
강서구청장 보선 중요성↑…‘초접전 구도’ 목표 총력전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장 기각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이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과와 당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위증교사 혐의를 인정(소명)한 만큼 이 대표가 범죄사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판단을 “정치편향적”이라 비판하는 동시에 영장 기각이 곧 ‘무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28일부터 6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내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또 한 번의 정치적 분기점이 될 전망인 만큼 소속 의원 전원을 동원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권력의 유무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유권석방, 무권구속이란 결과(김기현 대표)”
“이재명 대표가 현직 정당의 대표라는 지위를 악용, 소속 정당과 국회의원까지 동원해 사법 방해를 해 온 것을 온 세상이 다 아는데 법원만 모른단 것(윤재옥 원내대표)”
이날 오전 개최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검찰의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공적 감시·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근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시간20분가량 진행된 의총에서는 이 대표의 일부 혐의가 인정됐다는 점을 여론전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파면을 거론한 데 따른 반발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오히려 이 대표의 범죄사실이 소명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민주당이 사법 방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가담한 의원들에 대한 조치를 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마치 무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거짓 선동을 하는 것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기각 내용의 문제점과 범죄사실 소명 부분을 상세히 보고 드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범죄사실 소명 부분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사과와 당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기로 했다”며 “범죄 은닉, 증거 인멸에 협조한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신자 색출, 법원 압박 등 반(反)민주주의, 반헌법적 행동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26일 강서구 대방건설 빌딩 내 김태우 후보 캠프에서 열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선대위 위촉식에서 김기현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국민의힘은 오는 10월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선거운동도 당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번 선거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두 자릿수의 큰 격차로 패배할 경우 여론이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며 지도부 책임론이 고개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초 이번 보선은 내년 총선 수도권 위기론이 제기된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선거이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직이 최종 후보로 확정되며 미니 총선으로 주목받았다. 김 전 청장은 직을 상실한 지 3개월 만에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받으며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을 불렀다.
지도부는 5선의 정진석·정우택 의원과 3선의 안철수 의원, 4선 의원을 지낸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선거캠프를 꾸리고,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28일부터 선거당일까지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공문에 따르면 의원 1명당 2주 간 최소 3번은 배정받은 강서구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
지도부에서는 강서구에서 최소한 ‘초접전 구도’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강서구는 강선우(갑)·진성준(을)·한정애(병)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로, 보수정당의 험지다.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21대 총선 득표율을 근거로 국민의힘이 이번 보선에서 18% 격차로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김태우 후보의 승리”라면서도 “격차를 5% 이내로 좁히며 박빙 구도를 만든다면 험지에서 내년 총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포석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