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직원들이 인천사옥에 설치된 액침냉각 테스트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기존 공기 냉각 대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37% 가량 절감할 수 있는 ‘액침냉각’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SK엔무브와 함께 액침냉각 사업을 본격화해 데이터센터 전력 절감을 통한 넷제로 달성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각종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유(油) 속에 넣어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방식인 액침냉각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SK텔레콤은 액침냉각 전문회사인 미국 GRC의 설비와 다양한 제조사의 테스트용 서버, SK엔무브의 특수냉각유를 활용해 자사 인천사옥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지난 6월부터 4개월간 테스트를 진행해, 냉방전력에서 93%, 서버전력에서 10% 이상의 전력이 절감되는 등 기존 공기냉각 대비 총 37%의 전력이 절감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액침냉각 기술 검증에 성공한 것은 국내 첫 사례다.

SK텔레콤 직원들이 인천사옥에 설치된 액침냉각 테스트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 및 저장하는 서버 운용은 물론 냉방/습도 유지 등에도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데이터센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IT서버는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에너지 절감은 서버 외 가장 큰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냉각 설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달려있다. 이에 국내외 데이터센터들은 저전력 고효율 냉각 기술을 도입하거나 차세대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을 갖춰 전력 사용량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번에 검증에 성공한 액침냉각 시스템은 효율적인 냉각 효과와 전력 절감 효과로 글로벌 IT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액침냉각 시스템은 차가운 공기를 순환시키거나 팬을 통해 냉각하는 기존 공랭식 시스템과 달리 전기는 통하지 않고 열전도는 높은 특수 냉각유에 서버를 직접 담가 냉각하는 유냉(油冷)식 시스템이다.

공기보다 열전도가 훨씬 높은 특수 냉각유를 사용해 직접 서버 장비의 열을 흡수하고, 공기냉각에 필요했던 서버의 송풍기(Fan)을 제거함으로써 냉각 뿐 아니라 서버의 전력 절감도 가능하다. 또 서버의 주요 고장 원인인 습도, 먼지, 소음에도 자유로워 서버 수명도 연장시킬 수 있다. 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 액침냉각 도입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 직원들이 인천사옥에 설치된 액침냉각 테스트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이 가운데 인텔은 2021년 8월 액침냉각 기술 개발을 위해 이 분야 선두 기업인 서브머(Submer)와 협력을 발표했으며, 2022년 1월에는 AI를 위한 고성능 컴퓨팅(HPC) 부분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전문 기업인 GRC와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GRC는 SK텔레콤이 도입한 액침냉각 솔루션 기업이기도 하다. 25개 이상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11월 인천사옥에 구축할 자사 AI서비스를 위한 전용 데이터센터에 내년부터 액침냉각 시스템을 본격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에 국내 최초로 액침냉각 시스템 구축 및 검증을 통해 입증한 데이터센터 모니터링 솔루션을 SK엔무브의 열관리 사업과 결합해 액침냉각 사업에도 나선다. SK텔레콤은 향후 액침냉각 기술 보급을 주도해 데이터센터 전력 절감을 통한 넷제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 직원들이 인천사옥에 설치된 액침냉각 테스트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조동환 SK텔레콤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부사장은 “AI Company로의 전환을 가속화함에 따라 전력소비가 높은 GPU서버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런 가운데 이번 액침냉각 도입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기대되며, 향후 해당 기술 보급 확산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이바지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추정치는 240~340TWh로, 이는 국내 연간 전력 소비량의 42~60%에 해당할 만큼 막대한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