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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부호형’ 허락된 비트코인…앞에 펼쳐진 길은 [홍길용의 화식열전]
美 현물ETF 승인…이미 가격에 반영
金과 닮은꼴…상승추세 가능성 높아
달러 무기화·CBDC출시도 호재될수
가상자산거래소 통한 거래 위축될듯
제도권 포트폴리오 가치재평가 숙제

장자(莊子)는 “사람들은 쓸모 있음의 쓰임만 알고 쓸모 없음의 쓰임은 모른다”(人皆知有用之用, 不知無用之用)고 했다. ‘무용지용’이란 결국 자연의 모든 것은 다 쓰임이 있지만 다만 사람이 그를 모를 뿐이란 뜻이 아닐까?

소설에서 홍길동은 의적 활동 끝에 결국 나라에서 벼슬을 얻어 얼자(孼子, 천비의 자식)의 한을 푼다. 이후 나라를 세우고 영웅으로 거듭난다. 제도가 지배하는 인간 사회에서 자격이 달라지거나 제한이 풀리는 것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전환점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자격획득과 제한해제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해 추구할 새로운 가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결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결국 한가지로 모아진다. 이번 재료에 대한 기대로 지난 1년새 가격이 급등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 수 있을지 여부다. 과거 사례를 보면 더 오를 가능성이 꽤 높다. 다만 비트코인 거래방식과 투자전략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ETF 상장 기대감으로 최근 1년 새 160% 넘게 올랐다. 이번 호재가 이미 가격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 현물ETF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캐나다와 유럽 증시에는 출시됐다. 이번에는 글로벌 자금이 모이는 미국 증시 상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산 가격은 수급이다. 현물ETF에 큰손들의 자금이 몰리면 비트코인 매수 수요가 높아지고 결국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료:한국은행 금융통계, 인베스팅닷컴)

금은 20년 전인 2004년 현물ETF 등장 이후 7년 만에 값이 4배 이상 올랐다. 유입된 자금은 약 1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게 미국의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의 분석이다. 채굴로 공급이 늘어나는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공급증가 요인이 거의 없다. 특히 올해는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다.

비트코인 현물ETF 상품을 만든 갤럭시디지털은 시장규모가 미국에서만 올해 약 14조 달러, 2025년과 2026년에는 각각 26조달러와 39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추정도 내놨다.

이자와 같은 고정적 수익(yield)이 없는 금은 보통 금리와 반대로 가격이 움직인다. 이론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금값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지난해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지만 금값도 함께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러 통제권을 가진 미국이 이를 언제든 경제 무기화 할 수 있다는 불안이 중국 등 신흥국의 금괴 수요를 높였다. 비트코인도 금과 닮은 점이 많다. 현물ETF로 제도권 시장에서 유동화가 가능해지면 달러화를 대체할 은밀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커진다.

같은 논리로 각국에서 준비 중인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도 비트코인 수요를 자극할 요인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현금과 달리 CBDC는 모든 거래를 중앙은행에서 추적할 수 있다. 익명성이 필요한 결제수단으로 민간 가상자산의 필요성이 부각될 만하다. 언제든 시장에서 현금화가 가능한 가상자산이어야 한다. 현물ETF는 가장 중요한 유동화 채널이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은 투자 방식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투명성은 낮고 수수료는 높은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미 비트코인 현물ETF 상품을 만든 운용사들 사이에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큰손들이 등장하면 위험관리 수요도 커진다. 선물과 현물 상품이 모두 만들어져 다양한 파생상품이 만들어질 환경도 조성됐다. 큰손 자금이 유입되고 위험관리 장치도 강화되면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높은 변동성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변수는 가격의 상승 속도다. 일단 기대가 현실이 되면 가격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보유한 이는 차익실현 시점을 고민하고 사려는 이는 얼마나 더 오를 지를 살핀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주요 자산 가운데 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2021년 10월 기록한 최고점 6만 달러 선까지는 약 30%만 남았다. 현물ETF 운용에 필요한 비트코인을 사려는 수요가 시세를 올릴 수 있지만 기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고 현물ETF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급락 가능성도 낮겠지만 급등 확률 역시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단기 시세 차익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긴 호흡에서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가져갈 지 고민할 때다. 이를 위해 다른 자산과의 상관관계는 물론 금리 움직임과 달러의 위상 변화, CBDC 추진 일정 등을 살펴야 한다. ‘자원(commodity)’ 성격이 짙은 비트코인과 달리 화폐 와 좀 더 닮은 이더리움이 ETF를 통해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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