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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라·오피스텔 더 지으라는데…재개발은요? [박일한의 住土피아]
필연적인 ‘난개발’ 논란
소형주택 공급 확대는
재개발 활성화엔 악재

[헤럴드경제=박일한 선임기자] 정부가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에서 ‘소형주택’ 규제완화 계획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규제완화 내용은 도시형생활주택(이하 ‘도생’)과 주거용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건축 규제를 완화(300가구 미만 제한 및 방설치 제한 폐지 등)하고, 빌라(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신축 소형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감면하겠다는 것이다.

도생의 경우 중심상업지역에 지을 경우, 100% 주택으로만 짓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현재 10%이상 상가를 포함하는 ‘주상복합’으로 지어야 함)

주차장 기준도 대폭 완화한다. 전용면적 60㎡이하 도생의 경우 현재 가구당 0.6대인 주차장 기준을 0.17대로 줄이고, 85㎡이하 빌라의 경우엔 현행 1대인 주차장 기준을 0.29대로 대폭 낮췄다. 도생은 5가구당 1대의 주차공간도 안되고, 소형 빌라는 3가구 당 1대 수준이다.

서울의 한 재개발 대상 지역 모습.

소형주택 규제완화는 단기간 입주량을 대거 늘릴 수 있다. 도생이나 빌라 건축 기간은 6개월에서 1년이면 족하다. 향후 3~4년간 급감하는 아파트 입주량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대체제인 소형주택 공급 확대는 향후 예상되는 전세난 등 대비책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문제는 있다. 늘 지적돼 온 ‘난개발’ 문제다. 주차장 부족은 해당 지역 뿐 아니라 주변지역 주거환경까지 악화시킨다.

서울 중구, 강서구 등 이미 도생이 밀집한 지역에선 도생을 ‘닭장주택’으로 부른다. 조경권, 방음, 동간 간격 등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해서다. 주차시설이 부족하니 밤이면 골목과 근처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소방도로도 확보하지 못해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 2015년 경기도 의정부에선 도생 화재사건으로130여명 사상자가 발생한 적도 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재개발 활성화 정책과 충돌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개발 노후도 기준을 현행 3분의2에서 60%로 완화(재개발 촉진지구는 50%)하기로 했다. 노후도 요건은 재개발 추진 지역에서 ‘노후된 주택’(벽돌 구조는 20년 이상, 콘크리트 구조는 30년 이상 된 건물)의 비율을 정한 것이다. 해당지역 노후주택 비율이 전체 주택의 60%만 넘으면 재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40%가 새 주택이어도 모두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걸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노후도 기준은 재개발 지역에서 사업 추진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재개발 대상지 주민들 중 일부는 막연히 재개발을 기다리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느니 그냥 새 건물을 지어 편히 사는 걸 선택할 수 있다. 도생이나 빌라 부지를 사 새로 짓고, 임대를 놓는 임대사업자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게 새 건물이 늘면 노후도 기준을 채우긴 점점 어려워진다.

정부가 발표한 소형주택 규제완화는 도심 재개발 지역의 노후도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 될 것이다. 도심에서 소형주택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 대부분은 재개발 추진 지역이다.

소형주택 공급이 활성화하면 노후도 기준 때문에 재개발이 어려워지고, 재개발을 활성화하려면 소형주택 공급이 더뎌야 하는 딜레마가 생긴 셈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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