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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이 역전할까, SK가 1위 지킬까…HBM ‘진짜 대결’ 이제부터 [비즈360]
HBM 몸값 고공행진…양사 본격 경쟁
AI 열풍 속 데이터 처리 증가에 주문량 ↑
올해 HBM3E, 2026년 HBM4 양산 목표
SK, 엔비디아와 협력 기반 1위 수성 주력
한 발 늦은 삼성, 6세대 HBM서 역전 노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왼쪽)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승부처가 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올해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양사는 작년 한 해 반도체 업계를 덮친 한파로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만큼 수익성 개선의 핵심 역할을 해줄 차세대 HBM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HBM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미국 엔비디아 등 기존 고객사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선두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파운드리(위탁생산)까지 종합적인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개발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차세대 HBM 시장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고객사들의 주문량 급증으로 HBM 몸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는 올해 예정된 HBM 공급 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차세대 HBM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HBM 공급부족은 심화될 전망이어서 공급사인 두 회사의 양산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HBM 평균 판매단가는 기존 DDR4 D램과 비교해 500% 수준의 프리미엄이 더해져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와 AMD 등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주요 기업들의 HBM 주문량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메모리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찾는 곳이 많아지면서 HBM 주문량도 급증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수행하는 연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GPU 옆에 붙어 연산을 보조하는 HBM도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HBM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선두주자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삼성전자가 40% 수준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의 HBM3 D램.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다. 당시엔 HBM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지만 투자를 지속한 SK하이닉스는 작년부터 시작된 ‘AI 반도체 개화기’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가격이 비싼 HBM 판매량 호조에 힘입어 작년 4분기 삼성전자보다 먼저 적자에서 탈출했다.

SK하이닉스는 HBM 개발 단계부터 대형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끈끈한 협업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HBM(1세대)은 HBM2(2세대)→HBM2E(3세대)→HBM3(4세대)로 진화해왔는데 슈퍼 고객사 엔비디아를 잡은 SK하이닉스가 HBM3 물량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도 최근 자사 뉴스룸 인터뷰에서 HBM 시장 1위 비결에 대해 “고객사의 높은 신뢰와 전폭적인 협력에 힘입어 안정적인 HBM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HBM 유관 부서들이 원팀 체제를 구축하고 6개월 이상 앞선 시장 정보를 확보해 HBM 수요에 적기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안에 5세대인 HBM3E 양산에 돌입해 HBM 1위를 굳힌다는 목표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지난해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HBM3E는 올해 상반기 중 공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HBM3 첫 양산을 시작했고, 4분기 고객사 리스트에 주요 GPU 업체를 추가하며 판매를 확대했다. SK하이닉스에 한 발 늦었지만 공격적으로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며 승부수를 띄웠다. 올해 HBM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에 의존했던 엔비디아가 HBM3E부터 점차 공급망을 다변화 하기로 한 것도 삼성전자에는 호재다.

삼성전자의 HBM3E D램 ‘샤인볼트’. [삼성전자 제공]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에 HBM3E 8단(D램 8개를 수직 적층) 샘플 제품을 공급했으며 올해 상반기 내에 양산 준비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HBM3E를 기점으로 추격 속도를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6세대인 HBM4에서 역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재준 부사장은 “HBM4의 경우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김춘환 SK하이닉스 부사장도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4에서 “2026년에 HBM4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6년~2027년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억 달러 대비 2배에 달하는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2026년 나란히 HBM4 양산을 계획하고 있는 양사의 진짜 승부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HBM3E에서 열위에 있지만 연내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유의미하게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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