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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힘(POWER)이 필요한 제조강국의 조건
ETRI 연구진이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표준 플랫폼을 시연하고 있다. [ETRI 제공]

세계 3대 전시회 중 하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지난주 폐막됐다. 이번 전시회에서의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기반 차세대 네트워크였다. 물론 초연결 기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일상 속의 로봇 등도 주목을 끌었다. MWC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통신기술 전시회에서 벗어나 전자제품박람회(CES)와 마찬가지로 산업 및 기술 간 초융합 서비스의 경연장으로 불릴 만큼 주제가 확장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 콘퍼런스, 행사 등이 AI에 포커스가 맞춰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구자들이 MWC와 CES 등 전시회에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것은 차세대 도전·혁신기술 창출과 글로벌 생태계 주도라는 미션을 완성하기 위한 이행 전략의 통찰력을 키워가고자 하는 하나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는 연구원에서 제조, 사물인터넷, 농축해양수산, 에너지 그리고 환경산업의 디지털화와 융합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주변 상황 변화와 시장과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 개발과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시점에서 제조산업 분야에서도 AI 등 최첨단 기술의 적용은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는 사물지능(AIoT)이 제품과 동시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서비스융합(PSS)을 필두로 일상·경제활동의 근간을 당분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 5대 강국에서 주춤하며 내려앉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의 전환 비중은 적고, 탈탄소화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며,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 전환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렇듯 제조업에 대한 혁신경쟁력의 약화는 종국에는 국가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아쉬움과 걱정이 앞선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대한민국 제조산업의 혁신과 추격자에서 선도자로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율 제조와 디지털 전환에 대해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힘을 내자’는 의미에서 힘(POWER)으로 조어를 만들어 사례를 제안해본다.

첫째, P는 ‘생산성(Productivity)’에서 따왔다. 제조업의 최상위 목적은 결국 고생산성이다.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개발되고 현장에 신속하게 투입해 사업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문제와 주력 생산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고효율 혁신기술 개발로 원 단위 개선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 위험작업 및 단순노동 기피 대응에서는 고정밀 지능형 산업로봇의 활용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O를 보면 ‘종합적(Overall)’이라는 의미에서 착안했다. 독일 지멘스는 CES 2024 행사에서 디지털트윈 지식을 인공지능과 결합·융합해서 고객을 위한 산업 메타버스(Industrial Metaverse)를 구현하겠다는 사업 확장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독일이 2012년 ‘하이테크 전략 2020’에서 개념을 제시한 ‘인더스트리 4.0’의 이행 과정 중 하나일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제조실행 시스템(MES) 통합 플랫폼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셋째는 W로, ‘확산(Widespread)’이다. 확장성과 신뢰성을 지원할 수 있는 제조 디지털트윈 표준모델과 프레임워크의 표준선도와 선제적 표준기술 적용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보장될 것이고 다양한 이종 생산공정에 적용을 가능하게 한다.

넷째는 E로, ‘효율성(Efficiency)’이다. 시장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과 같은 ICT 적용은 기술제품의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스템의 경제성 확보와 더불어 기업 수요와 기술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타진도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조어는 R이다. 바로 ‘적응 유연성(Resilience)’이다. 산업로봇이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작동하도록 높은 수준의 지능이 필요하다. 일반화 성능의 확보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로 임바디드 행동지능과 같은 기술들이 요구된다. 임바디드 행동지능은 인공지능이 적용될 현장환경에 체화돼 최적화된 행동을 수행하는 지능이다. 궁극적으로 자율도를 극대화해 사람의 개입 없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 생산활동을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은 의지와 희망을 담은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 볼 수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정하고 구현해나가는 적극적인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발전의 미래는 인간 스스로 무엇을 구상하고 상상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밀하고 다양한 객체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판단으로 대별될 수 있는 귀납적 방식의 인공지능 기술과 구상·시나리오, 시뮬레이션 기반의 연역적 방식의 디지털트윈 기술의 융·복합 시도를 통해 국내 제조산업의 전환과 혁신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강점인 제조산업에 디지털전환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힘 있는 제조강국 코리아의 명성을 드높여야 한다.

이일우 ETRI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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