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가능한 열경화성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한 김진철(오른쪽) 박사 연구팀.[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한번 굳어지면 잘 녹지 않아 재활용이 불가능해 매립, 소각에 의존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국내 연구진이 저독성 용매에 잘 녹아 재활용이 가능한 열경화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진철‧정지은‧유지홍 박사 연구팀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주범이 되고 있는 ‘열경화 플라스틱’을, 촉매의 도움 없이도 특정 저독성 용매에 녹는 소재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열경화 플라스틱은 한 번 모양을 만들고 나면 더 이상 형태를 바꿀 수 없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휴대폰, 건축자재,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잘 녹지 않아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을 오염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열경화 플라스틱과 같은 매우 단단한 성질의 소재를 녹이기 위해서는 강하고 독하며 인체에 해로운 유기용매 및 유기 주석 화합물 기반 촉매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재활용 공정 중 2차 환경 오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녹인 열경화 플라스틱을 다시 제품화하여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공정상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제거하고 반응에 필요한 단량체들을 추가로 첨가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공정 및 원재료 소모가 수반된다.
녹지 않는 열경화 플라스틱의 용매 유도 화학적 재활용 기술 모식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 없고 인체에 무해하며, 효율적인 공정으로 새로운 열경화 플라스틱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화학연 연구팀은 열경화성 고분자 네트워크에 열, 빛 등의 자극이 가해지면 결합이 깨지거나 주변의 다른 결합과 교환될 수 있는 화학 결합 방식인 ‘동적 공유결합(dynamic covalent bond)’ 구조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인체유해성이 적은 용매로 추가 원재료 소모없이 재성형, 재활용이 가능한 새로운 폴리우레탄 고분자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폴리우레탄은 대표적인 열경화성 고분자 중 하나로, 연구팀은 ‘리포산’과 ‘폴리에틸렌이민’을 활용한 열경화성 폴리우레탄 합성에 성공했다.
리포산은 자연 원료에서 얻어지는 재생 가능한 원료이며, 자외선을 조사하면 리포산의 고리 형태가 열리며 열경화 플라스틱과 같은 단단한 고분자를 형성할 수 있다.
화학연 연구팀이 개발한 열경화성 고분자 필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
특히 개발한 열경화 폴리우레탄 내의 리포산은 특정 친환경 용매로 인해 인접한 폴리에틸렌이민의 자가촉매 반응으로 다시 고리 형태로 되돌아가, 결국 가교 구조가 해체되어 용매에 녹게 된다. 고리 형태의 리포산 구조는 다시 자외선을 조사하면 단량체로 돌아가 고분자를 형성할 수 있으므로 손쉽게 재활용 공정을 반복할 수 있다.
개발한 소재에 리튬이온 염을 첨가하면 이온전도성 특성이 나타나, 배터리, 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소자용 고체전해질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재활용이 가능한 고체전해질 관련 연구와 비교해 가장 높은 이온전도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를 분해해 리튬화합물을 다시 회수 가능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이 기술은 재활용이 어려운 열경화 플라스틱을 인체유해성이 적은 용매를 이용하여 저온, 무촉매 조건에서 재활용하는 기술”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탄소 저감 및 화학 소재 재자원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시스’ 1월호 논문으로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