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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인권 침해하지마!” 정부랑 싸우는 세계의사회, 알고보니 단골 손님?
대한의사협회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 및 행진 행사'를 열고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명확한 근거 없이 시행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결정은 의료계에 혼란을 가져왔다”

국내 의사들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성명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이 표현은 사실 세계의사회(WMA, World Medical Association)라는 곳에서 낸 성명서 일부다.

세계의사회(WMA)는 최근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1일 세계의사회 홈페이지에는 ‘세계의사회는 정부가 자초한 위기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제목의 성명문을 게재했다.

세계의사회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한국 의대 증원에 대해 밝힌 입장문[세계의사회 홈페이지]

세계의사회는 “정부가 취한 조치는 긴 근무시간으로 인한 끊임없는 번아웃과 낮은 임금, 잘못된 정보로 인한 부정적 언론 묘사에 직면한 인턴과 레지던트의 가혹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의사회 리더 중 의장(Chair of Council)을 맡은 인물은 바로 박정율 고대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다. 박 교수는 지난 해 4월 열린 세계의사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임기 2년의 의장직에 선출됐다.

공교롭게도 박 교수는 현 의협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주로 일반 개원의들이 모여있는 의협 임원에 대학병원 교수가 들어가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세계의사회 의장으로 활동 중인 박정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세계의사회 홈페이지]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박 교수가 의협 부회장과 세계의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보니 두 단체의 목소리 결이 비슷한 것 같다”며 “세계의사회는 11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큰 단체지만 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의사회는 국내에서 의사와 관련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한 ‘단골손님’이다. 지난 2015년 정부가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할 때 세계의사회는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은 보건의료 비용을 증가시키고 환자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지난 2021년 수술실 CCTV 설치 논쟁이 한창일 때도 세계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환자-의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의료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의료행위의 위축 가능성은 궁극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간호법 제정을 두고도 의협 편을 들었다. 당시 의협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당시 스텐스마이렌 세계의사회(WMA) 회장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스텐스마이렌 회장은 “의료는 의사의 지휘하에 여러 보건의료 직역의 협동으로 수행되는 것인데 간호법이 팀 기반 의료를 훼손하고 와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외부 전경. 임세준 기자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세계의사회가 어떤 단체인지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지는 의료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의사들의 외부 활동 중 하나이다 보니 병원에서는 진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활동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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