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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줌’·‘2찍’…혐오 부추기는 정치권 ‘명칭’들 [이런정치]
비하를 넘어 폄훼하는 ‘멸칭’의 역사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놈현’,
박근혜 전 대통령 ‘닭근혜’
극단·혐오 정치 부추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류삼영 후보와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22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남을 비난하거나 경멸할 목적으로 쓰이는 ‘멸칭’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찍’ 발언이 논란이 됐다. 과거에도 특정 정치인과 단체를 겨냥한 멸칭이 많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멸칭 붙이기’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 혐오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을 폄훼하는 멸칭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놈현’, ‘개구리’와 같은 별명이 붙었다. ‘놈현스럽다’라는 용어는 이라크 전쟁 파병을 둘러싸고 노 전 대통령의 비판세력이 인터넷 상에서 노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됐다. 노 전 대통령의 생김새와 엮어 ‘개구리’라는 비하 발언도 종종 사용됐다. 2003년 당시 한나라당의 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개구리를 닮은 5가지 이유’를 언급해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생김새에 빗대 ‘쥐박’이라는 부정적인 별명이 생겨났다. 이 전 대통령을 조롱할 때 주로 사용됐다. ‘가카’라는 별칭도 생겨났다. 2008년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초기 각하 호칭을 부활시켰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세력들은 ‘각하’라는 뜻에 담긴 권위주의적인 어감을 이용해 이 전 대통령을 비꼬는 용도로 사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닭그네’, ‘이명박근혜’ 등의 비하 표현이 붙었다. ‘닭그네’라는 표현은 ‘닭’과 ‘그네(근혜를 쉽게 발음한 단어)’의 합성어로, 닭처럼 무식하다는 조롱의 뜻으로 사용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문재앙’, ‘곰’ 등의 별명이 붙어. 문 전 대통령의 성씨와 재앙을 합한 용어로 당시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부정적인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원망과 비난을 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행동에서 나온 ‘윤도리도리’, ‘윤’을 뒤집은 ‘굥’이라고도 불린다. 윤 대통령이 20대 대선에서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공정과 상식’에 ‘굥’이라는 별명을 붙여 ‘굥정’이라고 사용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을 비꼬는 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역 옥상에서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찬 영등포을 후보, 한 비대위원장, 김영주 영등포갑 후보. [연합]

당 대표들을 비하하는 표현도 넘쳐난다. 이 대표의 경우 ‘찢재명’이란 비하 단어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의 반(反)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비하할 때 ‘찢’으로 댓글 도배를 하기도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발설에서 유래한 ‘한가발’, ‘한뚜껑’ 등의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지자를 겨냥한 비하 표현도 많다. 이 대표가 최근 지역구를 돌 때 한 시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는 발언을 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사과한 사건에서 등장한 ‘2찍’이란 용어가 대표적이다. ‘2찍’이란 지난 대선 당시 기호 2번인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여권 지지자를 겨냥한 단어로, 국민의힘 지지자를 비하할 때 사용된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을 가리키는 ‘개딸(개혁의 딸)’이란 별명도 비하의 의미를 가지게 됐다. 한 위원장의 지지자들은 반대 진영에서 ‘한동훈줌’으로 불린다. 한 위원장의 이름과 아줌마를 합성한 단어로, 한동훈의 팬덤 중 아줌마 팬덤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된다.

정치인들을 비하하는 별명들은 혐오의 정치를 부추기고, 극단적 대결 정치를 보여 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을 비하하는 별명은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일종의 딱지와도 같은 것”이라며 “혐오 별명, 상대방을 혐오하는 발언들은 우리 사회 자체가 완전히 양극화됐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극단적인 진영정치, 대결정치, 전쟁과 다름이 없는 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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