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기기 신뢰성 향상 기대
신약개발 다기관 임상시험 활용
조효민(오른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가 실험실용 CT 장비에 팬텀 형태로 유화 표준물질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MRI·CT 촬영을 통한 체내 지방 측정의 정확성을 높일 표준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의료영상기기용 표준물질은 물과 지방을 혼합해 만든 유화 표준물질이다. 팬텀(의료영상기기 서능 평가 도구)에 삽입해 의료영상기기에 적용하면 지방량 측정 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표준물질 내 수분을 분석해 지방량을 산출하는 원리다.
MRI, CT 등의 의료영상기기는 침습적 방식인 조직검사와 달리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체내 지방량을 평가할 수 있어 지방간 등 만성질환 진단에 활용도가 높다.
문제는 의료영상기기의 지방량 측정값이 병원·제조사·모델별로 제각각임에도, 이를 보정할 기준이 없어 의사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신약 개발의 필수절차인 다기관 임상시험, 여러 장비의 측정값을 수집해야 하는 빅데이터 연구 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의료영상기기의 성능을 대조하기 위해 체내 지방을 모사한 팬텀이 사용되고 있지만 정량적인 측정값을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공 계면활성제를 비롯한 10여 종의 첨가물이 들어가 안정성이 떨어지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도 부재한 탓이다.
표준연이 개발한 표준물질은 측정값에 영향을 주는 계면활성제 등 첨가물을 넣지 않아 물질의 지방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안정성과 균질성이 뛰어나다.
이번에 개발한 표준물질은 각 의료기관에 보급돼 의료영상기기 측정값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진단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비만 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서 다기관·다기종 데이터의 기준점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현재 국내 MRI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지멘스 헬시니어스에서 MRI 장비의 지방량을 측정하는 신기술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조효민 표준연 의료융합측정그룹 책임연구원(박사)은 “융합연구 성과를 통해 의료 현장의 임상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의료계와 과학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표준물질의 유효성 시험을 지원한 김동욱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향후 임상시험과 환자별 질환 진단에 이번 표준물질을 사용해 더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데이터를 획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농도가 세분화된 표준물질을 추가로 보급하고, 다기관 데이터 획득을 통해 의료영상기기 차세대 성능평가 체계 수립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측정 분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에 1월 게재됐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