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체세포 돌연변이와 연관된 대사물질 및 대사경로를 예측하는 컴퓨터 방법론 모식도.[KA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컴퓨터를 활용해 24개 암종에 해당하는 1043명의 암 환자에 대한 대사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
카이스트(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현욱(사진) 교수,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병원 과 공동연구를 통해 암 체세포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관된 새로운 대사물질 및 대사경로를 예측하는 컴퓨터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암 유발 대사물질(oncometabolite)의 발견과 이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들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팁소보(성분명: 아이보시데닙)’와 약물 ‘아이드하이파(성분명: 에나시데닙)’가 대표적이다.
암 유발 대사물질이란 세포 내 비정상적인 축적을 통해 암을 유발하는 대사물질이다. 대사물질들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영향으로 대사 과정 중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농도로 축적되며, 이러한 축적은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촉진한다.
하지만 암 대사 연구와 새로운 암 유발 대사물질 발굴에는 대사체학 등의 방법론이 필요하며, 이를 대규모 환자 샘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 같은 이유로 암과 관련된 많은 유전자 돌연변이들이 밝혀졌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암 유발 대사물질은 극소수만 알려져 있다.
공동연구팀은 세포 대사 정보를 예측할 수 있는 게놈 수준의 대사 모델에 국제 암 연구 컨소시엄에서 공개하고 있는 암 환자들의 전사체 데이터를 통합, 24개 암종에 해당하는 1043명의 암 환자에 대한 대사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연구팀은 1043명의 암 환자 특이 대사 모델과 동일 환자들의 암 체세포 돌연변이 데이터를 활용, 4단계로 구성된 컴퓨터 방법론을 개발했다. 첫 단계에서는 암 환자 특이 대사 모델을 시뮬레이션해, 환자 별로 모든 대사물질들의 활성을 예측한다. 두 번째 단계로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앞서 예측된 대사물질의 활성에 유의한 차이를 일으키는 짝을 선별한다. 세 번째 단계로,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결된 대사물질들을 대상으로, 이들과 유의하게 연관된 대사경로를 추가로 선별한다. 마지막 단계로서, ‘유전자-대사물질-대사경로’ 조합을 완성해, 컴퓨터 방법론 결과로써 도출하게 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KAIST, 서울대병원 공동연구진. 이가령 KAIST 박사(現 다나파버 암센터 및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 이상미 KAIST 박사( 現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 윤홍석 서울대병원 교수, 고영일 서울대병원 교수, 김현욱 KAIST 교수.[KAIST 제공] |
이가령·이상미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방법론은 암 환자 코호트의 돌연변이 및 전사체 데이터를 토대로 다른 암종에 대해서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며 “유전자 돌연변이가 대사경로를 통해 어떻게 세포대사에 변화를 일으키는지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최초의 컴퓨터 방법론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암 대사 및 암 유발 대사물질 연구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생명공학 및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