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기술 출연연 연구 모습.[헤럴드DB]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원장 선임이 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기관장 연임을 결정하는 이사회도 늦춰지고 있다. R&D예산 삭감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출연연 안팎에선, 임기가 지났거나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원장들이 거취가 결정되지 않아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21일 성명을 통해 합리적인 기관장 연임과 선임 조건을 만들고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2021년도부터 과학기술계 출연연 원장의 연임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출연연 원장들은 해당분야와 기관의 장기적인 기술발전 전략 수립과 실행보다는 3년 주기의 기관평가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앞다퉈 컨설팅 업체와 계약하고 사내의 우수한 인재들을 기관평가 담당부서로 발령낸다. 고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을 대규모 PT나 TF로 구성하고 보고서 작성에 투입한다. 본연의 연구나 연구자 지원을 위한 역량이 기관평가에 쏠리기 시작한다. 평가위원들은 이렇게 작성된 경영보고서를 통해 기관장의 경영 역량을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과학기술계가 연구성과나 운영 측면에서 롤모델로 삼고있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협회는 연구소장직이 종신직이다. 다만 연구소장직을 선임할 때 연방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관련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가 선임의 주체가 되며, 공개 심포지엄을 통해 전문가와 일반인이 공개 검증할 수 있다. 독일의 헬름홀츠 연구협회 산하 연구소장의 경우도 과학전문위원회에서 연구소장을 선임한다. 하지만 국내 과기계 출연연 원장 선임은 그렇지 못하다. 선임과정에서 정치적인 입김이 좌우하는 것은 사실이고, 해당 분야 연구자나 신임 원장이 일하게 될 연구현장 구성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해당 기관장의 경영역량을 이미 3년간 경험한 출연연 구성원의 평가나 의견조차 반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오랜 시간동안 연구업적을 통해 성과를 도출한 연구자가 원장으로 선임되어야 R&D경영에 대한 신뢰를 갖고 따를 수 있고 최종 후보에 나온 원장 후보자의 경영철학이나 목표를 구성원들이 직접 판단하고 평가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예산의 많은 부분을 집행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관장선임에서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지 않고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등 선진적 선임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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